세상 사람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두 가지로 귀결된다. 첫째는 복을 많이 받는 것이고, 둘째는 무병장수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마다할 사람은 동서양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연세가 많을수록 복을 많이 받고, 오래 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옛날부터 아기가 태어나면 우리네 할머니들은 정안수(정화수의 비표준어)를 떠 놓고 삼신할미께 이렇게 빌었다.

어지신 삼신 할매 금지옥엽 우리 애기

외 굵듯 달 굵듯 모래밭에 수박 굵듯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무럭무럭 키우주소

복(福)을랑 석숭(石崇)에 타고 명(命)일랑 동방삭(東方朔)에

타서 균(귀염) 자동이 금자동이 누가 봐도 곱게 보고

외 굵듯 달 굵듯 모래밭에 수박 굵듯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무럭무럭 키워주소

쥐면 터질세라 불면 날세라

금지옥엽 우리 애기 무병장수하게 하옵소서

[출처: 혼불 제6권]

우리네 할머니들의 축원이 술술 입에서 풀어내는 것은 할머니에 그 할머니 때부터 해오던 축원이 몸에 스며들어 당신이 할머니가 되었을 때 손주를 위하는 마음이 그대로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이런 축원문에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사람이 석숭과 동방삭이 빠질 수가 없다. 석숭은 거부의 상징이며, 동방삭은 장수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풍류를 즐기는 석숭, 출처: 봉황망코리아 차이나포커스
풍류를 즐기는 석숭, 출처: 봉황망코리아 차이나포커스

 

석숭(石崇)은 중국 한나라가 망하고 사마씨가 세운 서진(西晉) 때 거부 석포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석숭은 거부가 될 운명이라며 재산을 한 푼도 물려주지 않았는데 성장하면서 엄청난 재물을 모아 최고의 거부가 되었다.

당시 부(富)로 둘째가라면 서운한 외삼촌‘왕개’라는 사람과 벌인 부(富)의 대결은 많은 사람의 입에 회자(膾炙)되고 있다.

왕개가 집안에서 그릇을 엿기름으로 만든 맥아로 닦자, 석숭은 밥을 지을 때 땔감을 짚 대신 밀랍으로 썼다.

왕개가 자기 집에 들어오는 길 양쪽으로 40리에 걸쳐 보라색 비단으로 천막을 치자, 석숭은 더 비싼 비단으로 50리를 쳤다.

또 왕개가 최고급 면포인 화완포로 옷을 해 입자, 석숭은 하인 50명에게 화완포로 옷을 지어 입혔다 한다. 결국, 부의 대결에서 석숭이 최고의 부자로 등극한 것이다.

동방삭(東方朔)은 우리 고조선을 무너뜨린 한무제 때 인물이다. 삼천갑자를 산 동방삭은 장수하는 사람을 비유한 말이다.

제나라 땅에 살았던 그는 한무제가 널리 인재를 구한다고 하자 자기소개서를 대나무에 썼는데 그 양이 지게로 한 짐이나 되어 한무제가 그것을 다 읽는 데 두 달이나 걸렸다고 한다.

속설에 의하면 동방삭은 하늘나라 서왕모(西王母)의 복숭아를 훔쳐 먹었기 때문에 죽지 않고 장수하였다고 한다. 한 갑자가 60년이므로 삼천갑자면 18만 년을 살았다는 이야기다.

동방삭은 우리나라 전설에도 나온다. 염라대왕 앞에 잡혀간 동방삭을 본 염라대왕은 아직 죽을 때가 아닌 사람을 잡아 온 저승사자를 혼내고 빨리 돌려보낼 것을 명한다.

이때 동방삭이 자기가 언제 죽는지 알고 싶어 염라대왕이 보여준 명부를 보니 고작 일갑자(一甲子) 즉 60년밖에 안 되자 붓으로 삼천갑자로 고쳤다고 한다.

이 사실은 안 염라대왕이 저승사자에게 다시 잡아 오라고 명령을 내리자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탄천에서 저승사자에게 잡힌 동방삭, 출처: 일간 경기
탄천에서 저승사자에게 잡힌 동방삭, 출처: 일간 경기

 

수소문 끝에 동방삭이 조선에 있다는 말은 들은 저승사자는 한가지 꾀를 내었다. 강가에 앉자 숯을 닦고 있자 동방삭이 지나가다가 “왜 숯을 닦고 있소?”하자 저승사자가 “숯이 검어서 내 옷을 더럽히기에 희게 만들려고 빠는 중입니다.”라고 답하자, 동방삭이 말하기를“내가 삼천갑자를 살았지만, 숯을 강가에서 빠는 놈은 처음 본다.” 하며 박장대소하자, 동방삭을 알아본 저승사자가 그를 잡아갔다고 한다. 이때 숯은 빤 그 냇가가 바로 탄천(용인 법화산에서 발원하여 성남시를 거쳐 한강으로 들어가는 지류)이다.

그러나 실제 동방삭은 딱 일갑자(60년)밖에 살지 못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가장 닮고 싶었던 인물이 석숭과 동방삭이었던 모양이다. 부귀영화와 무병장수를 최고로 쳤던 시대에 닮고 싶었던 최고의 인물이 두 사람이었다.

그래서 우리 할머니들은 손주들이 부귀영화를 누리고 무병장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삼신할미께 꼭 두 사람같이 해달라고 빌었다.

그 옛날 손주를 위하여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새벽에 길을 걸어, 정결한 샘물을 받아 장독대에 올려놓고 축원했던 할머니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지금은 이렇게까지 하는 할머니는 안 계시지만 마음속으로는 귀한 손주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비는 모습을 얼굴을 통해 볼 수 있다.

정안수를 떠놓고 비는 할머니,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로데오의 어릴적 푸른 꿈
정안수를 떠놓고 비는 할머니,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로데오의 어릴적 푸른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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