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종은 소만과 하지 사이에 들며 절기상 9번째로 매년 6월 5~6일 경이다. ‘망(芒)’은 ‘까끄라기’를 뜻한다.

나이가 있는 분들은 까끄라기를 잘 알지만, 젊은 사람 중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까끄라기는 벼나 보리, 밀 등의 낟알 겉껍질에 붙은 수염을 말하며 몸에 붙으면 따끔따끔한다.

‘종(種)’은 씨를 뜻하며 심는다는 의미도 있고, 늦벼를 말하기도 한다. 망종은 수확과 파종의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이렇게 곡식에 깔끄러운 수염이 나 있는 이유는 자신을 보호하고, 동물이나 사람의 몸에 붙어 씨를 널리 퍼뜨리기 위한 자연의 섭리다.

망종 때 보리밭 풍경, 사진 제공 이길주
망종 때 보리밭 풍경, 사진 제공 이길주

 

이때가 되면 벼, 보리, 밀 등 까끄라기가 있는 곡식을 베어내거나, 종자를 뿌려야 한다.

보리나 밀은 망종 전에 베어야 하고, 논에는 볍씨를 뿌려야 한다. 모내기가 일반화되기 전에는 볍씨를 논에 뿌렸는데 이를 직파라고 한다. 볍씨는 이때까지는 뿌려야 한다.

절기는 중국 주나라 때 화북지방의 기후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으므로 우리나라와 약간 계절적으로 차이가 있다.

망종도 동지와 같이 5일 단위로 삼분하여 처음 5일 중에 사마귀가 들에 나타나고, 두 번째 5일 중에 때까치가 울고, 마지막 5일 중에는 지빠귀가 운다고 한다.

그러나 망종 때 날아오는 대표적인 철새는 뻐꾸기다. 이때 날아온 뻐꾸기는 9월 중순까지 우리나라에 머문다. 뻐꾸기는 크기는 작지만“뻐꾹, 뻐꾹”하고 울어대면 이 산에서 저 산까지 울릴 정도로 울림통이 큰 새다.

뻐꾸기는 둥지를 만들지 않는 새다. 때가 되면 뻐꾸기는 알을 남의 집에 낳는다. 오목눈이 새가 알을 낳고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몰래 알을 낳는다. 이를 ‘탁란’이라고 한다.

오목눈이가 알을 품어 부화시키면 덩치가 큰 뻐꾸기 새끼가 오목눈이 새끼를 등으로 밀어 떨어뜨리고 자기 혼자 집을 차지한다. 오목눈이는 부지런히 먹이를 나르지만 결국은 남의 자식을 키운 셈이다.

“뻐꾸기 날린다”라는 말이 있다. 이성과 사귀기 위해 한 말이나 눈빛을 던지는 것을 말한다.

예전에 나온 영화를 보면 동네 총각이 아리따운 동네 처녀를 불러내기 위해 담장 근처에 가서 ‘뻐꾹, 뻐꾹’하고 소리를 낸다.

그러면 처녀는 아버지께서 아직 안 주무시니 조용히 하라고 ‘쉿’하고 검지를 입술에 댄다. 한참 후에 처녀가 나오면 그때부터 두 사람의 사랑이 싹튼다.

뻐꾸기가 날아간 10월 11월에 담장 근처에서 “뻐꾹, 뻐꾹”하다가는 처녀 아버지에게 빗자루로 얻어맞기에 십상이다.

망종 때가 되면 농촌에서는 매우 바쁘다. ‘망종에 발 등에 오줌싼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보리 베기, 모내기 등 정신없이 바쁜 날들이 계속된다.

또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라는 속담도 있다. 보리를 빨리 베어야 다음 농사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옛날 보리타작은 절구통을 눕혀 놓고 보릿단을 끈으로 묶은 후 절구통에 내리쳐 타작했다. 그다음 보릿짚을 마당에 펴놓고 도리깨질을 해서 붙어 있는 보리를 모두 수확했다.

나중에 탈곡기가 나와 편해졌지만, 지금은 보리농사를 거의 짓지 않으니 그런 풍경을 볼 수가 없다.

보리타작, 출처:인천교원사진연구회
보리타작, 출처:인천교원사진연구회

 

햇보리를 곱게 빻아서 보릿가루를 내어 물에 개어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고소한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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