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굣길에 만난 굵은 빗줄기에

아이들은 우산을 팽개치고

장대비를 그냥 맞는다

 

일부러 물웅덩이 찾아다니며

맨발과 물의 리듬을 맞춰 본다

온몸에 와 닿는 원초의 생기와 마주하고

터뜨리는 웃음은 얼마만 인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흠씬 적셔도

담장 위로 튕겨 나간 흙의 음표들

골목길 깔깔거리는 악보를 그려내고

 

퉁퉁 불어난 손가락으로 저녁을 불러올 무렵이면

어디선가 아이들 불러들이는 엄마의 목소리

물탕놀이에 허기진 발들이 빠져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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