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시간에 아이들과‘혼합물의 분리’에 관해 공부했다. 벌써 20년 전인 것 같다. 분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알갱이 크기에 따라, 자석에 붙는 성질에 따라, 물에 뜨고 가라앉는 성질에 따라, 물에 녹는 성질에 따라 등등 그때 나는 아이들과 실험을 통해 혼합물을 분리했다.

실과시간에는‘모내기’라는 단원이 있었는데, 충실한 종자 볍씨와 쭉정이를 가려내는 방법을 공부했다.

볍씨가 담겨있는 큰 다라에 물을 넣은 다음 소금을 넣어 감자나, 달걀이 뜨는 정도를 맞춰 볍씨를 가려내는 방법이었다. 조상들은 이렇게 과학적인 방법을 어찌 알아냈을까? 생활 속에서의 지혜가 엿보인다.

벼와 쭉정이를 분리할 때는 키로 까불어서 분리한다, 콩도 마찬가지다. 실한 놈과 그렇지 않은 놈을 키질해서 가려냈다.

알갱이가 작은 들깨와 찌꺼기를 분리할 때는 체를 이용했다. 아이들은 한 번도 안 본 물건이니 재미있어하지만 나는 진땀이 났다. 사실 나도 어머니가 하는 것만 보았지 직접 해본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키질은 체질보다 훨씬 어려웠다.

보리쌀은 쌀에 비해 거칠다. 그리고 빨리 익지 않는다. 그래서 함지박에 보리쌀을 넣고 손으로 아금박스럽게 박박 문질러 씻어내고, 삶아서 장독대에 널었다가 가마솥에 밥할 때 쌀 아래에 먼저 깔았다.

쌀은 씻을 때는 반드시 조리질해야 한다. 지금이야 쌀을 사다가 그냥 밥을 해도 되지만 예전에는 쌀에 돌과 뉘(벼)가 많이 섞여 있었다.

특히 쌀은 마당에서 탈곡하여 벼를 그냥 쓸어 담고 말려 방아를 찧기 때문에 돌이 많았다. 저녁을 지으려면 물에 쌀을 담그고 조리를 돌리면 물이 돌게 되고 그때 쌀이 떠오르는데 이 떠오르는 쌀을 조리로 건지는 것이다.

이것도 어머니와 누님은 능숙하게 잘했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숙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조리질, 출처:https://blog.naver.com/sunycop1/222804204935
조리질, 출처:https://blog.naver.com/sunycop1/222804204935

 

이제 조리질이 끝나고 그릇 아래에 남아있는 쌀과 돌이 혼합된 것을 가려내야 한다. 쌀을 그냥 버리는 것은 큰 죄를 짓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쌀 한 톨도 중시했다.

이때 사용하는 그릇이 이남박이다. 이남박은 나무로 만든 바가지다. 박 바가지가 아니고 나무를 파서 만든 바가지다.

얼마나 공을 드렸는지 나무 속을 파낸 자국이 하나도 없이 매끈하다. 이남박에는 안쪽으로 몇 줄의 홈이 파여있다.

요철(凹凸)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요즘 플라스틱 바가지를 보면 안쪽으로 홈이 파여있는 것과 같다.

위에 있는 이남박에 물을 넣고 천천히 세워가며 흔들면 아래 그릇으로 물과 쌀이 떨어져 내린다. 다시 아래쪽 그릇의 물만 이남박에 넣고 흔들기를 반복하면 이남박의 홈에 돌과 뉘만 남는다.

그러면 이 돌과 뉘를 버리고 다시 두 번 더 이남박질을 한다. 그리고 그 쌀을 가마솥 쌀 위에 붓고 불을 때서 밥을 짓는다.

이남박, 출처: 사이언스올
이남박, 출처: 사이언스올

 

지금은 옛날이야기가 되었지만, 밥숟가락이 입에 들어가고 잠시 후 아버지 입에서 ‘딱’하는 소리가 나면 어머니는 어찌할 줄 몰랐다.

“쌀도 잘 일구질 못하는구먼” 어머니가 정성껏 조리질과 이남박질을 해도 돌은 종종 아버지 밥그릇에 들어있었다.

조리와 이남박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생활해 온 부엌의 한 가족이다. 부지깽이나 두 멍은 바닥에 두고 사용했지만, 조리와 이남박은 항상 걸어 놓고 사용했다.

※외부원고는 본사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특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