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환 사장
배양환 사장

 

바른말을 해 주기란 쉽지 않다. 상대방의 귀가 극히 싫어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싫어할 줄 알면서도 바른말을 해주려면 대단한 용기와 배짱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상대방이 기뻐하고, 고마워하는 비싼 속옷처럼 몸에 척척 감기는 달콤한 말을 해주는 것이 좋다는 것을 누가 모를까.

이런 말은 하기도 쉽고, 상대방에게도 호감도 살 수 있다. 내 돈 한 푼 안 들이고 립서비스 만으로도 점수를 딸 수 있으니 꽤 좋다.

하지만 이렇게 좋고(?), 쉬운 방법을 알면서도 굳이 상대방이 싫어하는 바른말을 해 주는 것은 이유는 뭘까?

그건 애정 때문이다. 상대방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아닌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잘못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고칠 수 있도록 지적을 해 주지 않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 가족이라면 과연 그렇게 내버려 두겠는가.

농협 공주시지부 지점장을 지낸 배양환씨가 공주시 신관동에 식당을 냈다. 배씨는 몇 년 전부터 이에 대한 큰 밑그림을 그리며 준비해 왔다. 토종 고들빼기김치도 담아 놓고, 먹기 좋은 크기의 무를 재배하는 방법도 터득해 뒀다.

그러면서 자신이 개발한 육수와 재료들을 가져와 시식을 권하며 수시로 평가를 구했다. 그러더니 지난 8월 8일 드디어 공주시 신관동 전막 봉황기획 1층에 배꼽부엉이식당을 개업했다.

개업 2일째 되는 날 배꼽부엉이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어보니 혀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고민스러웠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함께 먹었던 다른 사람들의 평가도 들어봤다. 나와 같은 의견이었다.

그래서 내가 용기를 냈다. 다들 바른말 하기를 싫어하니 이번에도 내가 악역을 맡아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주인을 불러서 말했다. “이대로 장사하면 망할 거야. 네 얼굴 보고 온 사람은 ‘잘 먹고 간다’라고 하겠지만, 발걸음이 뜸해질 테니까.”

이렇게 말하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무척 조심스러웠다. 상처를 받을 수도 있을 텐데 개업해 들떠있는 사람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내가 이런 말을 해주지 않으면 누가 해 줄까 하는 마음이 더 컸다. 모든 일에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때를 놓치고 나면 후회해도 소용없다. 그때를 깨닫게 해 주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역할이다.

그런데 역시 배양환이었다. 배양환 사장은 손님이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 개업한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문을 닫고 맛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그러면서 수십 년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노하우를 얻고 지인들에게 계속 시식을 시키면서 손님들이 원하는 맛을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손님들이 수긍할 정도의 맛을 낼 수 있게 되자 다시 가게 문을 열었다.

며칠 전 다시 배꼽부엉이식당을 찾았을 때는 입이 행복했다. 배양환 사장이 직접 발골한 돼지 숯불 석갈비에 잔치국수를 먹는데 “그렇지, 바로 이 맛이야”라는 느낌이 다가왔다. 그리고 배양환 사장이 자신만의 비법으로 튀겨서 구웠다는 닭발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사람의 입맛은 거짓말을 안 한다. 먹어보고 입맛이 당기면 다음에 또 찾아가는 것이고, 그렇게 찾아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맛집이 되는 것이다.

진작부터 맛집 기사를 써주고 싶었지만, 자신 있게 권할 때까지 3개월을 기다려 온 배꼽부엉이 식당을 추천한다. 석갈비를 맛있게 먹고, 국수를 곁들이면 딱 좋다.

지금까지 살면서 바른말 해주고 “고맙다”라는 말을 들었던 것은 배양환 사장이 처음이다. 오해하지 않고, 서운해 않고 진심을 받아주니 나도 고맙다. 오늘 내가 갈 식당은 ‘배꼽부엉이 식당’ 이다.

배꼽부엉이 식당 : 충남 공주시 전막1길 16-4 (충남 공주시 신관동 591-2번지)

배양환 사장: 010-5451-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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