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통의 신정고교가 여론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근처에 들어서는 아파트의 소방도로 개설 문제가 사태의 발단이었지만, 지금은 ‘도시형 기숙학교’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초기에는 이 학교 총동문회의 입김이 문제를 키운 것으로 전해진다. 도로가 생기면 학습 분위기가 망가지고 학생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게 동문회의 ‘학교용지 매각 반대’ 지론이었다.

그러다가 울산시가 기부체납을 조건으로 아파트 건설 시행사의 손을 들어주자 동문회는 작전을 바꿔 ‘학교발전기금’을 요구했고, 마침내 입금 약속을 받는다.

또 이 과정에서 총동문회장과 학교운영위원장, 학교장 3자의 연대서명으로 ‘약정서’가 체결되지만 ‘공유재산’인 학교용지의 매각대금은 동문회가 아닌 시교육청으로 넘어간다.

결국 ‘월권’이라는 지적이 뒤따랐지만 동문회는 ‘약정 위반’을 구실로 ‘계약 무효’의 주장을 내세우며 지난 14일에는 기자회견까지 갖기도 했다.

그런데 ‘신정고교 사태’의 불똥은 다른 곳으로 튀어 전혀 예상치 못한 쪽에서 ‘큰불’로 번지게 된다. 동문회 대표단과의 면담 자리에서 김상만 교육감이 ‘도시형 기숙학교’라는 뜻밖의 구상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 이후 언론은 신정고교의 ‘도시형 기숙학교’에 주목하게 되고, 논란은 수그러들기는커녕 울산교육계를 온통 들쑤셔 놓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공유재산의 매각대금을 특정 학교의 극소수 우수학생을 위해 쓴다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론을 편다.

아울러, 연간 1억 원이 넘는 관리유지비의 감당 주체 문제와 특혜 시비는 꼬리를 물 것이라는 게 반대론자들의 견해다. 한데, 정작 ‘뒷감당’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신정고교의 관계자들 사이에서 교육감의 ‘도시형 기숙학교’ 구상에 반발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도시형 기숙사’가 구상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냐는 시민 여론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울산교육계 일각에서는 ‘도시형 기숙학교’ 구상이 김상만 교육감의 ‘학력지상주의’와 ‘한건주의’가 한데 어울려 빚은, 검증되지 않은 전시행정의 본보기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도시형 기숙학교를 새 정권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되는 ‘대운하’에 빗대어 ‘울산판 대운하’라는 비판적 표현을 구사하기도 한다.

신정고교와 교육감을 아끼는 사람들은 이번 ‘신정고교 사태’가 아무쪼록 지혜롭게 원만하게 수습되기를 바랄 것이다. 총동문회에 대해서는 더 이상 ‘과욕’의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교육계의 많은 인사들은 김상만 교육감에 대해, 비록 ‘도시형 기숙학교’에 대한 애착이 강하더라도 민주주의 즉 ‘여론수렴’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 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 부분, 김 교육감의 깊은 성찰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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