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올해로 창설 46주년을 맞았다.

5.16군사혁명 직후인 1961년 군사원호청으로 출발한 보훈처는 1962년 원호청으로 승격됐다. 국가보훈처로 명칭이 바뀐 것은 5공 시절인 1985년부터이다.

원호(援護)란 말은 글자 그대로 ‘도와주고 보호하다’는 뜻이다. 원조(援助)와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나라를 위해 공을 세웠거나 희생한 사람들을 국가가 나서서 돕고 보호한다는 취지로 원호처가 설립된 것이다.

그러나 나라를 위해 공을 세웠거나 희생한 사람을 단순히 국가가 ‘돕고 보호한다’는 것이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와 ‘국가보훈처’로 부처명(名)을 달리 하게 된 것이다. ‘돕고 보호한다’는 원호가 ‘훈공(勳功)에 보답한다’는 ‘보훈’으로 바뀐 지 20여년이 넘었다.

아직도 한글사전이나 백과사전에는 보은(報恩)이라는 말은 있어도 보훈(報勳)이란 말의 뜻풀이가 없다. 당시 정부가 ‘원호’를 대신할 마땅할 단어가 없어 ‘보훈’이란 조어(造語)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어찌됐던 국가기관인 ‘국가보훈처’가 출범 46년을 맞아 제 위상을 찾아가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유공자 발굴과 보상 등 관련 업무에 괄목할만한 실적을 기록했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처우나 국민의식을 높이는 데도 크게 이바지했다. 최근에는 업무영역도 넓혀 민주화운동 유공자 보상과 국립묘지, 독립기념관 관리 운영도 병행하고 있다. 업무 일원화와 함께 서비스 확대 등 보훈정책 인프라 구축에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보훈처가 국정홍보처의 지원으로 실시한 ‘국민보훈 의식지수’ 조사 결과를 보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결과에 대한 실망도 실망이지만 보훈처의 ‘아전인수’식 해석에 황당함을 감출 수 없다. ‘국민보훈 의식지수’ 조사는 보훈기념일이나 국가유공자의 행적 또는 역사성 등에 대한 국민 이해도 등이 반영된다.

또 보훈대상자와 단체 등에 대한 인식과 보훈대상자 방문 및 자원봉사 참여의사 등도 따져 묻게 돼 있다. 물론 나라사랑 정신(애국심)의 유무와 고저(高低)는 조사의 필수항목이다. 보훈처가 지난 5월 전국 15세이상 1015명을 대상을 실시한 2007년 ‘국민보훈의식지수’는 63.9로 나타났다.

2006년 65.0과 2005년 66.7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보훈처는 “2004년 62.5에 비해 상승폭이 컸다”며 위안을 삼았다. 그러면서 15세에서 19세 사이의 청소년의 경우 ‘국가위기 시 국난극복 동참의향’과 ‘국가유공자에 대한 존경심’이 향상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조사지수 59.3에서 60.7의 상승폭을 보인 ‘보훈기념일과 국가유공자 행적 및 역사성 이해’ 분야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보훈처의 이번 국민보훈의식조사에서 여전히 낙제점을 기록한 것은 6.25전쟁 참전유공자와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등에 대한 이해도였다.

특히 ‘나라사랑 정신’ 분야 가운데 ‘국가위기 시 국난극복 동참의향’과 ‘대한민국 국적에 대한 자긍심’은 ‘국경일 국기게양’과 함께 해마다 하락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경향은 20~30년대 연령층에서 두드러져, 국가 존립기반이 위협받는 수준이었다.

물론 보훈의식이나 애국심은 정부의 어느 특정기관이나 국가가 강조하거나 강요해서 제고(提高)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국가보훈처의 이번 국민보훈의식지수처럼 결과를 부풀리거나 애써 축소하는 것은 국민 모두를 호도하는 것이다.

어제는 62번째로 맞이한 광복절이자 건국 59주년 기념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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