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만에 되살아난 지방자치제는 올해로 16년째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각계에서는 지방자치제의 공.과와 허와실을 놓고 다양한 평가작업을 해오고 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제도나 운영상의 문제점으로, 고비용. 저효율. 무책임성을 지적하고 있다.

민주화 바람을타고 정부나 국민 모두 충분한 준비와 검토없이 졸속 실시 됐다는 설명이다. 또 수세기에 걸친 중앙집권적이고 권위 주의적인 정치 문화로 인해 국민이나 지방자치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이를 능동적으로 수용, 운영하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갖가지 문제점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16년이 지난 지금 지방자치는 필수이자 대세이다. 이제와서 지방자치를 원점에서 재설계 한다던지, 꺼꾸로 돌린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발상이다.

제도적 보완이나 운영상 합리를 통해 지방자치를 제대로 돌아가게 해야한다. 이제까지 경험해온 지방자치의 문제점 중 하나로, 자치단체의 자주조직권 위축을 들수있다.

필요한 행정기구 설치에 있어 현행 지방자치법은 시. 군. 구와 시. 도 모두 승인과 조례제정등 제약이 따르고 있다. 따라서 능동적 자치행정의 구현을 위해서는 조직개편의 자치권이 더욱 확대되야 한다. 비단 자치단체의 자주조직권 신장뿐아니라 인사. 예산등도 지방의 자율성이 더 보장되야한다.

다만 자치단체간에 야기되는 다양한 갈등과 분쟁은 협상과 양보를 바탕으로 합리적 대안을 도출해야 비로서 성숙한 자치문화가 가능해지게 된다. 최근 이런 관점에서 울산시와 울주군이 벌이고 있는 인사권 갈등문제는 시민들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발단은 지난4월 울주군이 "인사권을 독자행사하겠다" 고 선언한 데서 비롯됐다. 광역시 승격과 지방자치 실시이후 울산시와 구. 군은 시 전체의 균형발전을 위해 별도의 인사교류 지침을 마련했다.

울산시와 구. 군 전체공무원을 적재적소에 탄력적으로 배치. 운용함으로써 행정의 효율성과 공직사회의 안정. 형평성을 도모한다는 취지였다. 이같은 지침과 협약은 공직내부의 동요없이 10년째 지켜져 오고 있었다.

별탈없던 '인사룰' 은 엄창섭울주군수에 의해 지난1일 전격적으로 깨지고 말았다. 예고한 대로 엄군수는 지방공무원법이 보장하는 자치단체장의 고유 인사권을 직접 행사한 것이다. 발끈하고 나선 것은 울산시 공무원노조측이다.

기술직 공무원의 통합 승진 순위가 무너져 사실상 시와 구. 군간의 인사교류가 단절됐기 때문이다. '반칙플레이' 에 대한 규탄성명과 함께 울산시 공무원노조는 엄군수의 인사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승진인사를 둘러싸고 "최근 몇년 사이 금품수수제공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주장했다. 자체적으로 자료를 수집함은 물론 "사정기관이 직접 나서 진상을 파악하라" 고 촉구했다.

 파격적으로 인사혜택을 본 울주군 공무원들이 가만 있을리 만무했다. 평소 활동도 않던 '직장협의회' 명의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울산시가 울주군수의 고유인사권 행사에 제동을 건 것은 위법이며, 주민소환 대상" 이라 공박했다. 맞대응 전략으로 박맹우 울산시장의 비위사실도 거론했다. "시장부인의 해외여행에 국장부부가 수행했다" 는 의혹을 제기했다.

인사권 갈등으로 빚어진 울산시와 울주군의 관계가 노조와 직장협까지 가세한 상호비방. 폭로전으로 악화된 것이다. 거기다 울주군의 자생단체까지 울산시와 공무원노조를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경선레이스에 들어선 어느 정당의 편가르기와 흡사한 양상이다. 지금이라도 늦지않았으니 박맹우시장과 엄창섭군수는(대리전에 방조하지 말고) 사태해결에 직접나서야한다. 갈등이 증폭될 경우 두사람 모두 주민소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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