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의 어원이 강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라이벌'이라는 말자체도 우리나라 말과 꼭 들어맞게 쓰여지지 않고 있다.

'라이벌'을 적이나 원수라고 번역하면 그건 어쩐지 살벌하다. 경쟁자라고 해도 그 뜻이 너무 광범위하다. 선의의 적수라면 어떨까? 가깝고 친근하면서도 서로 상대편에 신경을쓰며 경쟁하는 관계를 '라이벌' 이라 하는 것이 그중 합당할 듯 싶다.

그런데 라이벌의 어원을 따져보면 한결 그말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그것은 리버(강)의 사촌쯤 되는 말로써, 원래는 강가에 사는 사람들을 뜻했었다. 그러나 똑같은 강물을 마시고 사는 강촌사람들은 사이가 가까우면서도 강물의 이해관계 때문에 한편으로는 경쟁심이 발동했다.

요즈음 정치권에서 남발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말도 예나 지금이나 물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나온 말이다. 이렇게 따져보면 세상엔 별의별 종류의 라이벌이 많지만 그 근원은 '물싸움' 이라는 사실을 알수있다. 원시적이면서도 근원적인 물의 라이벌은 결국 '생명의 젖' 이라 할수있는 강물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울산에서는 '제2회 태화강 물축제' 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3회째를 맞은 수영대회는 물론 처음으로 치룬 수상스키대회와 용선대회도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인근 시.도와 멀리 서울.경기지역에서 까지 2000여명이 참가한 수영대회는 선수 개개인 모두에게 희열이였다. 강가의 관중은 관중대로 물속에서 펼쳐진 파노라마에 열광했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숨쉬는 태화강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전국대회로 치뤄진 수상스키도 장관을 이뤘다. 강을 그냥 무심코 지나치던 시민들조차 태화강이 그렇고넓고 도도한 줄을 그제서야 깨달을수 있었다.

'태화강 배' 용선대회 또한 나무랄 데 없었다. 형형색색의 날렵한 용선들이 강물을 가르자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이번 용선대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그것도 공식경기로 열려 앞으로 태화강이 전국 용선대회의 요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였다.

사실 이번 제2회 '태화강 물축제' 는 대회 주최측인 울산시와 시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대회기간이 갈수기에 해당돼 '물 기근' 이 크게 우려됐기 때문이다.

강수량이 적어 상류지역으로 부터 강물의 유입량이 부족할 경우 당장 강의 탁도(濁度)가 문제시 된다. 흙탕물이나 녹조현상이 발생할 경우 대회를 포기해야 했었다. 다행이 울산시가 그동안의 경험과 치수능력을 발휘하는 바람에 대회를 무사히 치룰수 있었다.

따지고보면 태화강만큼 발원지와 수계가 분명한 강은 드물다. '5대강' 이라는 한강과 낙동강조차 그 발원지가 명확하지 않고 수계가 복잡미묘하다. 그러나 유독 태화강은 그 태생이 분명하다.

실질적 또는 상징적 의미의 발원지가 두곳이나 확인돼있다. 두곳 모두 울산광역시 안이다. 발원지에서 본류를 지나 바다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줄기도 다른 시.군을 경유하지 않는다. 수계가 한결같은 것이다.

만일 태화강의 발원지가 가지산의 경북청도나 경남밀양 영역에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건 온전한 울산의 강이라 칠수없다. 또 어느 한쪽 강기슭이 다른 지방자치단체 지역이라면 '물싸움'이 잦았을런지도 모른다.

강물의 이해관계를 놓고 '라이벌'이 생겼으리라는 이치다. '태화강 물축제'가 이처럼 잡음없이 치뤄질수 있었던 것은 울산사람에게 태화강은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기 때문이다. 다시한번 태화강의 그 순수한 혈통과 명맥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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