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한왕조(後漢王朝) 때 청렴하기로 소문난 양진(楊震)이라는 신하가 있었다. 그가 어느 고을 유수(留守)에 임명돼 부임하던 중 주막에 묵었는데 안면있는 한 사나이가 찾아왔다.

그 사내는 평소 신세를 많이 졌다며 그 사례로 황금 열근을 내놓았다. 신세도 신세거니와 앞으로 잘 보아달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뇌물이었다.

양진이 손사래를 치며 이를 거절하자 그 사내는 나직하게 말을 했다. "밤이 깊었고 이 일을 아는 사람은 유수님과 저, 두사람뿐입니다." 그러자 양진이 버럭 화를 내며 나무랐다. "아무도 모르다니... 이미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있네. 어디 그뿐인가. 자네가 알고 내가 알고있지 아니한가." 天知 地知 子知 我知(천지, 지지, 자지, 아지)를 '양진의 사지'(四知)라 하여 지금도 널리 알려지고 인용되는 이야기이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는 이색적인 '공무원 기살리기운동' 이 펼쳐져 화제가 되고있다. 남양주 시민으로 구성된 '풀뿌리공무원 헹가래 운동본부' 가 성실한 공무원을 찾아내 헹가래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남양주 시민 3백명이 지난해 4월 결성한 이 모임은 시민들의 힘으로 공무원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보내기 위한 목적이였다.

정의롭고 정직하며 정도를 지키는 남양주시 '3정(三正) 공무원' 을 발굴해 칭찬과 함께 열심히 일할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시민운동이다.

올해 대상을 받은 공무원은 남양주시 박광경(48) 상하수도사업소 업무과장이였다. 그는 1년4개월 동안 특정지역 면장으로 있으면서 이 지역 출신 다산 정약용선생의 청렴과 목민사상을 몸소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가 근무한 지역은 상수원 보호구역 주변으로 주민지원사업이 활발하던 곳이였다. 각종 정부 지원금이 면단위 기관을 통해 주민들에게 전달됨으로써 그만큼 부정과 비리의 소지가 많을수밖에 없었다.

평소의 친분이나 지연. 학연. 혈연을 동원해 지원금 혜택을 더 받기 위한 청탁이 끊이지 안았다. 심지어 일부 주민들로 부터는 "면장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으니 면장을 바꿔달라" 는 질타를 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박과장은 정해진 규정과 원칙에 따라 지원대상자를 정하고 예산집행을 엄정하게 했다. 정도를 지켰던 그가 '풀뿌리 공무원 헹가래 운동본부' 로 부터 대상과 함께 시민들로 부터 행가래를 받게 된 것은 일선 면장에서 본청 사업소로 보직이 바뀐 한참 후였다.

남양주시 헹가래본부를 이끌고있는 한명희 공동대표(전 국립국악원장)는 "공무원의 잘못을지적하는 네거티브방식에서 벗어나 공무원들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포지티브방식의 헹가래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 공무원은 박봉에 시달리는 소시민이자 국민에게 원망을 듣는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면서도 국민에게 자기의 공무(公務)에 대한 보상을 원치 않는다. 상당수 공무원들은 건강한 의식의 소유자들이며 때에 따라 비판할 것은 과감하게 비판할 줄도 안다.

민심이 천심이듯이 이런 공무원들이야 말로 공심(公心)의 천리(天理)가 아니겠는가. 남양주 시민들의 '공무원 기 살리기운동' 이 봄바람을 타고 울산시로 번졌으면 싶다.

찾아보면 울산시에도 시민들로부터 헹가래 받을 공무원이 많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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