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실시되기 전 관가 주변의 풍속도는 지금과 사못 달랐다. 도지사와 시장.군수가 임명직이였던 시절은 우선 인사청탁이 횡행했다. 특정지역의 인맥을 중심으로 한 정실인사도 많았다.

도지사와 시장. 군수조차도 거관(巨官)에 매달려 명지(明智)를 잃기 일쑤였다. 또 당시는 기관마다 '인기부서' 라는 것이 있어 이를 둘러싸고 잡음이 많았다. 뭐가 좀 생기거나 생길만한 소지가 있는 부서는 공무원들이 눈독을 들이게 마련이였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관조직의 인사가 이런 부서를 핵심으로 삼았기 때문에 인사권자인 장(長)의 위력 또한 과시됐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정착되고 단체장이 선출직으로 바뀌고 난 뒤부터 인사청탁과 인기부서의 관행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됐다. 청탁 자체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실인사 또한 발붙일수 없게 됐다.

그지역 출신이 선거를 통해 단체장을 맡게되고, 인사 대상자 역시 지역 연고를 가지고 있어 특혜인사가 쉽지 않게됐다. 게다가 공무원 노조가 감시의 눈을 부럽뜨고 있어 인사비리란 먹혀 들 수 없게 됐다.

 '물 좋은 부서' 라는 '인기부서' 도 공무원 스스로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일만 많고, 위험부담까지 있는데다, 예전처럼 '물'이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청탁과 비리보다는 능력과 성실이 관의 실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추세다. 이 또한 시대의 요구이자 흐름이다.

지난 4일 오세훈서울시장이 퇴출 후보 공무원을 확정. 발표했다. 엄포성에 그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대상인원도 많고 기준도 엄격했다. 무려 102명이라는 직원이 스스로 옷을 벗거나 '현장추진단' 이라는 현장업무 부서에 투입돼 재평가를 받게됐다.

이번 서울시의 퇴출시스템에 걸린 직원들은 전형적인 무능. 태만 공무원들로, 그 유형도 다양하다. 민원전화의 벨소리를 줄여놓고 개인공부에만 열중한 사람도 있었다. 근무시간 중에 TV를 보거나 낮잠을 즐기던 직원도 꼬리를 잡혔다.

평소 근무태도가 불량하고 업무실적이 부족한 공무원들이 주요 퇴출 대상자로 찍혔다. 아예 업무능력이 떨어져 자질이 의심되거나 각종 질환으로 정상업무가 불가능한 공무원도 다수 포함됐다. 3급에서부터 6급이하, 기능직까지 직급에 상관없이 퇴출후보 명단에 올랐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직원들에 대한 상시 평가시스템을 가동해 인사혁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참에 울산시와 구. 군도 무능하고 태만한 공무원을 색출하는 용단을 내렸으면 싶다. 특히 울산시는 본청 말고 직속기관이나 사업소. 산하기관 근무자에 대한 직무감찰을 강화해야 한다.

정년을 고려해 일선 사업소등에 내보낸 고참공무원이 하루 중 몇시간이나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있다. 출장을 핑계로 개인용무나 취미생활에 몰입해있는 부서장에 대해서도 퇴출경고를 보내야 한다.

구. 군등 기초단체장도 사방팔방에 생색내기만 열중할 게 아니라 '등잔 밑이 어둡다' 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자신이나 동료의 업무과오는 은폐하고 공연히 민원인만 트집잡는 철밥통들이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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