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녹아 비틀거리는
지쳐버린 장날의 보따리들이
주섬주섬 묶어질 무렵이면
순대국밥 집 목로에
막걸리로 목을 축인 목숨들이
흥건하게 번지는 냄새 속에
빈 젓가락질이 빨라진다
저승길에서 가까스로 도망쳐온
목발의 아저씨가
힘겹게 문턱을 넘어 서서는
푹푹 찌어대는 더위에
고기 한 첨에 술 한 잔 채워보자고
불거진 혈관을 내보인다
이미 죽어서 누운 돼지의 살점을 베어서
비릿한 새우젓 장에 찍어 먹는
오일장 순대국밥 집 골목에 가면
뜨겁게 달구어진 양철지붕 아래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이
무거운 보따리처럼 서로 부대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