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수의를 입고

형장의 틀 같은 의자에 앉아

머리 숙인 채 목을 내 놓는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얕은 수면에 들면

양날의 겹치는 금속성에

오랜 날들의 그림자가 한 올 한 올 잘려나간다

 

이발소의 의자에 앉으면

잘라낼수록 자라나는

힘들게 달려온 과거의 흔적들이

저항 없이 잘려 발아래 눈물처럼 떨어진다

 

회한의 하얀 거품이 묵은 때를 덮고

섬뜩한 면도날이 차갑게

목덜미에 예고 없이 닿으면

눈을 감고도 생시처럼 문밖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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