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이 세상에 떨어졌을 때
백색의 배냇저고리가 입혀졌고
한 남자를 만난 출발점에서
너는 흰 백합꽃을 들었다
이 세상을 떠나게 된 지금
나는 너의 관 위에
흰장미를 꽂는다.
나폴거리는 아스파라가스의 잎 위로
하얀 장미를 수놓듯 꽂는 내 손이
문득 멈춘다
우리는 출발점마다에서 왜 흰색을 취할까
우리 생이 가야 할 길이 결국 순백의 길이라면
이제 마흔, 너는 그 길을
무덤에서 채워야 되는 거고
우리는 바깥 무덤에서
채워야 하나
지긋이 굽어보는 성모상 아래, 관 위로
살아지은 모든 죄 사해주시는
십자가 붉은 우단이 내려지고
너의 육신은 천천히 걸어 나간다
내 손을 빌어
남은 우리에게
하얀 꽃길 하나를 던져 주며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