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산란한 날은

성을 오른다

 

구부러진 길을 따라 오르고 내리면

땀땀이 쌓아 올린 돌에 맺힌 땀방울

묵은 향들이 건너와 내 어깨에 힘을 뺀다

 

지나간 시간의 궤적을 따라 오늘을 살아야 하는 우리

왕들의 책장 넘기는 소리

나라 걱정에 밤을 지새며 뒤척이는 소리

잠시 멈춰, 따스한 눈길 보낸다

 

옛 사람들이 두루마기 입고 지나거나 앉았을

숲과 하나 된 누각엔

오늘은 반바지 차림의 아가씨가 걸터앉아 생각에 잠긴다

늘 거기에 있어 시간을 넘을 수 있는 곳

 

봄이면 아름드리 나무들은 빨리 꽃을 털어

작은 나무들을 꽃 피우고

펑펑 내리는 눈은 먼저 받는다

모두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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