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하늘이시여!
이번에는 이런 사람 꼭 보내주시옵소서
성황당 산신나무 아래
수술비 없어 내 새끼 죽는다고
저녁 산 깨지도록
땅을 치며 통곡하는
젊은 가장의 하얗게 죽어가는 손안에
따뜻한 눈물 한 방울 쥐어 줄 수 있는
이런 사람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신 새벽
허겁지겁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등 굽은 노인 앞에 두 무릎 꿇고 앉아
제가 잘못하였다고
정말로 제가 죽을죄를 지었다고
두 손 깨지도록 쥐고 용서를 비는
이런 사람
겨울비 세차게 뿌려대는 시장터
깨진 스레트 처마아래
비료포대 좌판 깔고
시린 손 발 비비고 동동거리며
휭한 빈 골목 지키는 노인에게
자판기 커피한잔 뽑아들고 달려가
얼어버린 마른 등을 감싸 줄 수 있는
이런 사람
매일 매일 이 땅을 씻고 닦아내고
뜨겁고 거친 숨소리 토해내며
새벽을 일으키는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한 달에 한번 정도는 그것도 안 된다면
일 년에 단 한번만이라도
거룩한 땅 공주의 새벽을 쓸 수 있는
이런 사람
가랑비 아래
받혀주는 우산속에 거들먹거리지 않고
가을비 억수로 쏟아 붓던 날
어쩔 줄 몰라 하는 늙은 농민을 대신하여
밤 자루 둘러메고 산비탈 오르내리며
온몸 던지며 사그라질 수 있는
이런 사람
가끔은 정신 나간사람처럼
공주의 들과 산을 쏘아 다니고
뜨거운 태양아래
논두렁 밭두렁위에 엎어져
모질게 이 땅을 지켜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얼음 물 한잔 따라줄 수 있는
이런 사람
태풍이 불어도
땅이 깨져내려도
잠시 누워있을 뿐 결코 꺽 이지 않는
연약한 풀잎들의 저항을 존경하고
여리고 약한 풀잎들이지만
때론 내 손가락을 베고
내 목도 잘라 낼 수 있다는
풀잎의 무서움을
민초들을 숨겨진 정신을 두려워 할 수 있는
이런 사람
때만 되면 사자후를 토해내고
이 거리 저 거리 정신없이 쏘아 다니며
비굴할 정도로 굽신굽신 거리는
그 모습의 반에 반
아니 천분의 일 만이라도
평소에 그리하라는
민초들의 소박한 소리를
하늘의 천둥소리로 무섭게 받아드리는
이런 사람
공주의 하늘이시여!
공주의 모든 신령들이시여!
이번에는 이런 사람 꼭 보내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