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지난 달력 속에서

조롱조롱 매달린 때죽나무꽃 하양 종소리가 잘랑거린다

 

날은 저물고

바닥을 치고 있는 시간은 차갑게 식어갈 뿐

 

당신과 환했던 날들은 품절에 가깝고

부풀어 오르는 건 볼록해진 나이뿐이다

 

더러는 다른 사람으로 살고 싶을 때도 있었다

 

보이는 것은 흐려지고

호명한 이름들은 자주 자리를 바꾸는데

음악은 볼륨을 높여야 귀에 들리고 담력은 허물어지고 있다

 

실금만 닿아도

열매의 둥근 길이 미끄러져

달력 속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벽에 조랑조락 매달린 때죽나무 종소리

분명 때로 몰려올 푸른 봄이라고 중얼거린다

 

밖에서는 자선냄비가 울리고 12월이 남은 종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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