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는 관음송(觀音松)
말이 없는 관음송(觀音松)
  • 강희자
  • 승인 2019.07.0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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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자의 동작치유의 마흔 네 번째 이야기

가끔씩 찾아뵙던 스님의 선물인 봄 차(茶)가 무심한 듯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문고리에 달랑달랑 매달려있었습니다.

그 선물의 향기는 마당을 가득 채우는 듯 했습니다. 추운 겨울 깊은 산골에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듯 푸근한 느낌이었습니다.

어깨끈이 달린 벙어리장갑도 보였습니다. 왠지 어딘가를 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파도처럼 퍼져 나오는 알 수 없는 큰 힘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이끌었습니다.

배낭에 평소 아끼던 찻잔과 스님이 주신 우롱차를 잘 챙겼습니다. 그 차의 첫 번째 향은 단종 임금께 받치고 싶었습니다.

영월의 청령포. 단종 유배지에 서 있는 600살 넘은 관음송. 이 소나무는 그 처절했던 단종의 생활을 보고 오열을 들었다 하여 ‘관음송’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 어떤 말이 필요할지요. 그저 바라볼 수밖에요.

밤이 와도 잠을 이루지 못할 때 관음송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던 두견새는 그 고요를 어떻게 감당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관음송을 한참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삼면이 강줄기로 둘러싸여있고, 뒤로는 험한 산줄기와 절벽으로 가로막힌 청령포는 수려한 절경입니다. 하지만 그곳에 그런 아픔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관음송은 말을 하지 않더군요.

그 마음을 정중하게 가슴에 담고, 장릉(단종의 능)으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6월의 저녁 햇살아래 능의 밖을 향한 양(羊)석, 호(虎)석, 그리고 능의 안쪽을 향한 마(馬)석, 말없이 묵묵히 자리 잡은 망주석을 보며 저 역시도 마치 능 앞의 살아있는 망주석이 된 듯했습니다.

저는 가지고 간 찻잔에 정중하게 차를 따라 단종 임금께 올렸습니다. 그리고 절을 드렸지요.

어제는 ‘세뿔 석위(석위: 바위에 붙어서 사는 가죽처럼 생긴 식물)’라는 여러해살이풀을

조그마한 돌을 새워 분에 심으며 ‘단종분’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아마도 저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그날을 생각하며 들여다볼 것입니다.

그렇게 소중한 기억 하나를 가슴에 담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동작치유의 44번째 이야기라고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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