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 가사입니다. 수십 년이 지났어도 10月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면

왠지 사연이 많은 여자가 된 듯, 마치 저의 노래인 듯 맞지 않은 음으로 중얼거립니다.

금요일에 가을비 소식이 있다기에 뜰을 정리하기 위해 대비질을 합니다. 쓰-윽 쓰윽-쓱 쓱

대비질 소리도 가을입니다.

봄꽃보다 예쁘다는 가을 단풍, 모닥불 자리에 옮겨진 꽤 오래된 고목 감나무 잎은 수북수북하게 안주인의 사연만큼 쌓였습니다. 이런 운치는 게으른 안주인의 호화스러운 운치지요.

단풍은 올해도 어김없이 참으로 각기 다른 색으로 예쁘게 물들었습니다. 빨강도, 주황도, 노랑도 아닌 각기 다른 자연스러운 색으로 말입니다.

고목감나무 아래 나뭇잎들은 어린 아이들이 물감으로 장난을 친 듯 말로는 어려운 붉고 고운 가을 색으로 붉게 물든 가을 하늘을 흉내 내고 있습니다.

금강변 소학동에는 해가 질 무렵이 되면 어깨위로 가을 찬기가 내려앉습니다. 스님들께서 한쪽으로만 비질을 하신다고 합니다. 그 행위도 수행이라 생각하기에 저도 오늘 흉내 내고 싶습니다. 흙 마당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비질자국을 보기위해 말입니다.

참 보기 좋았습니다. 서두름 없이 대비 질을 하다 보니 가을소리도 수북해진 감잎더미처럼 말입니다.

모닥불, 그리고 둥근달, 저녁 찬기에 쉽게 붙지 않던 감잎은 10月의 마지막 밤의 노래만큼 센티하게 타기 시작합니다.

오늘 이 저녁 감잎의 짙은 연기는 어깨위의 가을찬기와 달리 붉은 연기로 가슴을 먹먹할 정도로 뜨겁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10月의 마지막 밤을, 뭔지도 모르며, 그날을 잊지 않고 산 것처럼 기억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연기는 하늘을 짙게 다리 놓고, 제 기억은 감잎 모닥불 안에 깊게 타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미 기억은 추억이 되어 10月의 마지막 밤을 만든 이날처럼 차고 아리고 추웠겠지요. 그래서 가을은 의미 있었던 것일 거구요. 어느 향인 듯 모를 짙은 감잎 연기가 “그렇다”고 말합니다.

무겁게 가을 밤하늘을 향하는 연기, 그 위에 둥근 달이 떴습니다. 아주 큰 둥근달이…. 저는 짙고 붉은 감잎 태우는 연기를 따라 둥근달을 바라보는 그 자체를 동작치유의 28번째 이야기라고 하고 싶습니다.

해보기 : 찬 공기가 어깨를 누른 듯 힘을 빼고

멀리 보이는 둥근달을 바라본다.

이때 손은 편안하게 등 뒤에 포개고

깊은 숨과 함께 온몸의 힘을 뺀 상태로 달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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