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자의 동작치유 열일곱 번째 이야기 이야기

이틀 동안 내린 비로 멀리 보이던 초록은 서성이는 나를 잡아당기듯 “어디론가 떠나자”고 한다. 그래서 딸아이와 아무 준비 없이 차에 올랐다. 비록 허름하지만, 나의 애마는 나를 태워 한없이 평온한 곳으로 이끌어주었다. 거기서 만난 초록파도 같은 숲은 참으로 근사했다.

집 앞마당에 삐죽 올라온 붓꽃의 꽃대, 나비도 함부로 앉지 못한다는 불두화, 그리고 붓다의 자애한 미소로 모든 것을 주어도 한없어 보이는 향기를 품은 해당화의 유혹도 우리를 설레게 했다.

나는 딸과 함께 “콩밭 메는 아낙네야~”를 흥얼거리며 그렇게 청양의 장곡사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길만 기억에 있었던, 아주 오래전 갔던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그곳 장곡사는 상대웅전, 하대웅전에 국보급 부처님을 모셔둔 곳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가톨릭 신자인 나에게도 산사는 나를 되돌아보는데 충분했다. 저녁예불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침에 보았던 앞마당을 보니 마당은 아침에 본 그 마당이 아니었다.

뿌옇기만 했던 색안경을 닦고 난 뒤의 선명함이라고나 할까. 조금은 선명하게 나의 모습을 보는듯한 개운함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창문을 열고 집안을 대청소 했다.

잠깐의 외출. 나는 세상을 보고 온 것일까? 아니면 내안에 있는 나를 보고 온 것일까? 마음 구석구석에 보기 싫어 내 팽겨 쳐 버린 그 어떤 생각을 정리해서 다시 차곡차곡 쌓아 둔 듯한

이 개운함을 참으로 오랜만에 맛보는 듯하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 진한 아카시아 향기 속에서 오래전 친정어머니께서 장날에 사 오신 물오징어 국 향기가 떠올랐다. 된장과 고추장을 푼 뒤, 무와 함께 끓이셨던 달근달근한 물 오징어국.

한없이 그리운 소울 푸드 (Soul food), 왜 나는 그 생각이 아카시아 향기와 같다는 생각아 들까.

나는 오늘 내 삶의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처님은 보리수나무아래서 무엇을 보았을까? 그렇다면 나는 오늘 무엇을 본 것일까?

조심스럽게 오른발을 먼저 내 딛는다. 그리고 왼발을 함께 모아 두발을 나란히 하고 내려다본다. 딛는 다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소중함인지 오늘 알게 됐다. 나는 이것을 동작치료의 열일곱 번째 이야기라고 말한다.

해보기

-아주 천천히 오른발을 딛고, 다시 왼발을 옆에 모아 선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정면을 본 후, 다시 오른발을 딛고 왼발을 모아 선다.

-그리고 반복한다. 아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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