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사 해월스님의 심우실에서

옛부터 공주를 일러 충절의 고장이라 한다. 그 충절의 표상 한 가운데는 절재 김종서가 있다. 김종서는 공주 의당 사람이다.

세종대부터 단종과 수양에 이르는 기간 동안 나라를 위하여 충심을 다한 사람이다. 교과서에서 우리는 육진을 개척하는데 혁혁한 전공을 세운 분이라 배웠다.

그는 성품이 담대하고 급하였으며 용맹함 또한 당할 자가 별로 없었다 한다. 문종이 어린 단종을 보필하도록 부탁한 고명 대신 가운데 하나로 세조가 계유정란을 일으키면서 제거된 삼정승 즉 영의정 황보인 좌의정 김종서 우의정 정분 등 삼정승 가운데 한분이다.

그런 김종서를 나라의 기둥으로 키우는데 힘을 보탠 사람 가운데 하나가 청백리로 알려진 황희 정승이다.

김종서가 공조판서에 있을 때 정승들과 판서들의 모임이 있었다. 김종서는 황희를 존경하여 로 사사로이 주육을 마련했던 모양이다.

황희는 김종서를 불러 말하기를 나라에 예빈원이 있는 것은 이런 자리를 위해 만들어 둔 것인데 어찌 개인적으로 사사로이 음식을 만들어 이런 자리에 가져 오는가 하고 호되게 면박을 주었다.

면전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김종서는 황희의 말이 틀린 바가 없기에 아무 소리 못하고 참아야 했다.

이 다음에도 황희는 유독 김종서의 처신에 작은 일도 꼬투리를 걸고 넘어가는데 대감을 치죄하지는 못하고 하인들을 곤장치고, 감옥에까지 가두는 일을 하였다.

어느 기회에 고불 맹사성이 황희보고 말하기를 “대감은 왜 그렇게 절재만 미워하는가? 내 보기엔 사람이 그만하면 쓸 만한 인물인데”하고 걱정을 하였다.

황희는 “내가 절재를 미워해서 그런다고 보느냐? 그렇지 않다. 절재는 아주 훌륭한 동량이다. 그렇지만 그는 무인 기질이 강하여 성격이 급하고, 불같은 화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그게 오히려 자칫 화를 부를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그를 미리 경계하여 성품을 누그러뜨리게 하려고 그러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런 사랑을 받은 김종서를 훗날 정승에 추천한 인물이 황희였으니 조선 초 제일 오랜시간 동안 정무를 맡아 나라의 기강을 세운 황희 정승의 인재를 사랑하는 깊은 심사가 김종서와 관련하여 있다.

김종서는 공주 의당에서 출생하였고, 묘는 장기면에 만들어 졌으나, 지금 절재의 묘가 세종 구역으로 넘어 가고, 공주는 절재 김종서에 대한 제향조차 지내지 않는다. (절재 관련 한다리 라는 지명도 있다)

충절의 고장 공주에 사는 사람으로 절재대감의 호랑이 같은 기질을 사모하여 생가터(의당초등학교 부근 요당)에서라도 조촐하게 제향을 지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같이 돌아간 삼정승 가운데 우의정 정분은 사곡면 호계리 충효사 고로서원에서 종중과 유림이 제향을 모시고 있기에 한번 제안해 보는 바이다.

본디 정분은 진주 사람인데, 한양을 오가는 가운데 공주 요당에서 평소에 자별했던 김종서의 집 근처에 작은 처소를 마련하고 지냈던 인연이 공주에 충효사 사당이 만들어 지고 지금에 이르는 까닭이다.

절재가 마련한 주육을 한마디로 마다한 황희 정승을 보며 요즘 모 기관장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외유 경비를 받아서 나갔다 온 이력 때문에 세간이 시끄러운 것을 본다.

마땅히 그래서는 안 되는 일임에도 이 정부는 그를 감싸려 하는 모습이고, 당사자 역시 관행 운운하고 있는데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제 돈 가지고 외국에 갔다 왔으면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고, 아니면 제가 속한 기관에서 정당하게 산출된 경비로 다녀 올 일이지 피감기관에서 주는 돈을 받아 외유를 했다면 이는 필시 선심성 외유요, 잘 봐 달라는 무언의 암묵적 뇌물이다.

여러 날 세상을 시끄럽게 하였으면 스스로 알아서 아무소리 말고 나와야 마땅한데, 여전히 버티고 앉아 있는 모습이 여간 볼상 사나운 모습이 아니다.

“잘못 되었습니다” 하고 이실직고 하면서 용서를 빌고, 다시는 공기관의 책임자로 나가지 않으면 마음 좋은 우리 국민들은 잊고 넘어갈 것인데, 남들도 다 그러는데 왜 나만 갖고 그러냐 하며 변명에 거짓을 더하여 자리보전을 하려 하면 결국은 용서받기 어려운 줄 알아야 한다.

무릇 관리와 공직자들은 상대가 웃으며 주는 돈과 밥이 자신을 베어내는 칼날임을 알고 정중히 사양할 줄 알아야 불명예스럽지 않다. 절재 김종서와 방촌 황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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