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을 당해보고 앓아본 사람은 다른 사람의 그것도 보다 잘 이해하고 알 수 있습니다. 나의 불행과 고통을 통해 타인의 것을 알아보는 마음의 눈이 열리는 셈이지요.

1연과 2연은 반복병치법의 대표적인 실례예요. ‘나’와 ‘너’가 서로 엇갈리면서 교차하고 ‘꽃’과 ‘풀잎’, ‘아침’과 ‘저녁’ 이 또 반복되면서 서로 대구(對句)를 이루지요. 다분히 조작적이고 인간적인 레토릭(rhetoric, 미사여구, 수사)이 보이는 시의 문장입니다.

이런 문장은 얼마든지 의도적으로 꾸며서 쓸 수가 있는 문장입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따라 나온 1행으로 된 3연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뭔가 엉뚱한 것 같은데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이 주시는 문장입니다.

이런 문장을 내가 어찌 혼자서만 쓸 수 있었겠습니까. 앞의 문장을 열심히 쓰다 보니 쿵, 하고 어디선가 나도 모르는 글이 한 줄 나에게로 떨어졌다 함이 옳을 것입니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짧은 두 개의 문장이 한 줄로 섰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마음이 급해서 그런 것입니다. ‘부디 아프지 마라.’ 그 부탁이 급해서 이렇게 한 줄로 급하게 세운 것입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시의 문장은 전혀 이성적인 문장이나 논리의 문장이 아니라 정서의문장이요 나아가 영혼의 문장이라 할 것입니다.

시를 읽는 사람도 그가 마음이 있고 영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지막 대목에서 강한 울림을 받을 것이고 그 울림은 그에게 따스한 영혼의 위로, 그 꽃다발이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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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네티즌은 자기 블로그에 이 시를 옮겨 적은 다음, 이렇게 쓰기도 했습니다. ‘더는 연락하지 않기로 한 누군가가 떠올라서 괜히 짠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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