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이고,

엄마이고,

딸이고,

며느리이고….

밀린 숙제를 하듯이 차례(설), 그리고 며느리로서 시어머니 제사를 연거푸 올렸다. 이제 추석 전까지는 해방이다.

세상에는 태양과 달이 존재한다. 이렇듯 우리 사람에게도 몸과 마음이 존재함을 부인할 수 없다.

몸이 나인지, 마음이 나인지, 그렇다면 어느 것이 뿌리이고, 어느 것이 먼저인지를 묻는다면 즉답으로는 ‘마음’이라 하겠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답할 수는 없다.

이때쯤이면 겨우내 배고파했던 참새 떼의 바쁜 일정이 눈에 들어온다. 한가로운 빈 공간은 어느새 새들의 소리로 가득하고, 곳곳에 훝어진 새똥의 흔적들은 봄이 다가옴을 알려준다.

그 빈공간은 모든 만물의 처음 시작처럼 고요하지만, 새들의 분주한 날개 짓은 겨울잠을 자고 있는 나의 가슴을 두드리기에 충분했다. 식물들에게, 짹짹, 짐승들에게, 짹짹, 그리고 나에게도 짹짹.

그것은 종소리와도 같이 내 가슴에 다가와 봄을 깨우는, 나의 마음을 깨우는 에너지로 작용했다.

큰 몸을 가진 내가 작은 몸을 가진 그를 통해 그러한 에너지를 알게 된 것은 참으로 묘한 일이다.

뒷짐을 지고 아주 느림 걸음으로 마당을 돌아본다. 달팽이 모양으로, 큰 원에서 시작하여 작은 달팽이관 안으로….

그곳에서 나는 참새의 작은 둥지를 만나보고 싶다. 봄의 시작은 그렇게 아주 작은데서 오고 있었고, 오늘 나는 마당을 서성이며, 참새와 소통하며 그렇게 봄에 집중해본다.

가슴에 참새소리를 기억하며 그 소리를 따라 걸어보는 것이 동작치료의 열두 번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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