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전 날. 어느 할머니랑 아이가 회사로 나를 찾아 왔다. 기억에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할머니는 “5년 전 손녀의 학자금이 필요해 온 종일 공단의 문을 두드렸지만, 허사였습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이 회사를 찾아 왔는데, 사장님께서 선뜻 지갑을 열고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돈을 꾸어 주셔서 이제 갚으러 왔습니다”라며 예쁘게 포장한 선물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연신 “고맙다”고 하신다.

나는 포장을 뜯어보고 깜짝 놀라 잠시 콧등이 먹먹했다. 이를 본 직원 중에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사람도 있었고, 황급히 떠나는 두 사람의 손에 이것저것 쥐어주는 직원도 있었다.

손녀였던 아이는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받은 첫 봉급을 가지고 나를 찾아왔던 것이라고 한다. 이날 선물은 내생에 최고의 설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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