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항 안개, 우리의 발목을 잡다

 

가족은 행복의 원천이다. 내가 가장 힘들 때 나를 위로해 주고, 내가 가장 기쁠 때 나보다 더 기뻐하는 사람들이 바로 가족이다. 그런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은 ‘행복’을 넘어선 ‘축복’이다.

지난 1월 18일부터 23일까지 농협에 근무하는 배양환씨 가족을 모시고 베트남 다낭, 호이안, 후에를 다녀왔다.  10남매의 가족이 3박 5일이라는 시간을 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 몇 년을 준비해야 가능한 일이다.

18일 오전 9시 10분 베트남항공 전세기를 타고 청주공항을 출발해 다낭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청주공항에 심하게 낀 안개로 인해 정오가 넘어서야 출발했다. 이는 하늘의 일로, 사람이 어쩌지 못하는 일이니, 우리는 그저 묵묵히 기다릴 수밖에 없다.

평소 성격이 급한 내가 여행을 다니다 보니 다소 느긋해 졌다. 방법이 없으니 기다리게 되고, 여행하는 동안 변수가 많으니 그러려니 하게 되는 것이다. 비행기는 베트남 현지시각으로 12시 10분에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네 시간이상 연착됐다. 다행히 오후 일정이 없어 호텔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이 여행에는 85세 되신 배양환씨 어머니도 함께 하셔서 최대한 느슨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진행하도록 여행코스를 설계했다. 덕분에 나도 편안했다.

다낭, 호이안, 후에지역은 앙코르와트를 건설한 참파족의 유적이 남아 있는 곳으로, 학술적으로는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일반 관광객들에게는 이러한 유적을 둘러보는 코스는 빼고, 관광지 위주로 느슨하게 진행하게 된다.

그런데 관광에만 익숙해진 일부 여행객들은 오후에 출발한다고 하면 안색이 변한다. 일부는 “비싼 돈을 들여서 여기까지 왔는데, 왜 오후에 출발하느냐, 아무 데라도 좋으니 버스에 태워서 데리고 다녀 주었으면 좋겠다”는 분들도 계시다. 이런 주문을 하는 분들은 대개 해외여행경험이 별로 없는 분들로, 이럴 때 참 막막하다. 이해는 하지만, 호텔 안에 수영장도 있고, 해변도 있는데, 이를 만끽하며 즐길 ‘여유’는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부지런하다. 여행을 와서 까지 바빠야 안심을 하는 사람들처럼 생각된다. 식당이 문을 열기 전에 식당에 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5분만 지체돼도 “왜 문을 열지 않느냐?”며 따진다. 하긴 나도 자판기의 커피가 다 나오기도 전에 손을 집어넣고 기다리고 있는 나를 보면서 깜짝 놀라곤 한다.

왜 그럴까? 이는 우리나라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리적 요충지인 반도에 위치, 1,000여회의 전쟁을 겪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뭐든지 빨리빨리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어떠한 일이 발생했을 때 열 받는 것도 빨리, 식는 것도 빨리 식는다, 이 때문에 우리는 ‘냄비 근성’을 지닌 민족이라는 꼬리표도 달게 됐고, 이런 근성을 알고 대응하는 이웃 민족들에게 당하고 산다.

이러한 ‘빨리빨리’문화가 반드시 안 좋은 것만은 아니다. 통신 속도, 서비스 등 장점도 있다. 초고속 경제성장도 그래서 가능했다. 그런데, 여행을 가서는 다소 느긋해졌으면 좋겠다. 어차피 여행은 일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쉬러 가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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