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숭숭 뚫린 현수막과

팽팽한 현수막이 나란히 있었다

그리 바람 세차지도 않은데

팽팽한 현수막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구멍 숭숭 뚫린 현수막은

체념 했다는 듯

달관 했다는 듯

바람에도 끄떡없이

살짝 고개만 외로 꼬고 있었다

어디 현수막뿐이랴

구멍 몇 개씩 숨기고 사는

느티나무 가슴 사이로도

바람이 지나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의 삶인들 구멍이 없으랴

어쩌면 내게도

구멍 몇 개 더해지면

달관한 듯

체념한 듯

먼 산을 바라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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