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중회 백제궁중기악보존회운영위원장

‘기악伎樂 재창조를 위한 시론’은 2001년 당시 심우성 공주민속극박물관장이 처음 ‘기악의 재창조하기 위해 깃발’을 든 학술적 글이다. 결국 오늘날 ‘가면극-무언극-마당극이라는 기악’을 재현해 내게 되었다. ‘일본기악의 역사’와 ‘《교훈초》해제’ 등에서 보듯 일본의 기악과 그들의 악서인 《교훈초》를 바탕으로 기악을 재현해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까지 풀지 못한 과제의 하나가 기악과 불교의 관계의 설정이다. 심우성이 일본의《교훈초》에 바탕을 둔 ‘기악의 재창조’ 이래, ‘기악은 부처를 공양하기 위한 가무’라는 사전적 정의는 거의 일치하고 있다.

가령 송방송은《한겨레음악대사전》에서 “부처를 공양하기 위해 주는 가무. 일명 기악무”라고 하였고, 박전열은《한국민속예술사전:민속극》에서 “사자춤 행진과 무언극으로 구성되어 사찰을 중심으로 연희되었던 가면 무용극”이라 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고대의 종교적 예능으로 부처를 공양하기 위한 가무” 라고 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악과 불교의 관계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바라문’[인도의 힌두교의 신도], ‘가릉빈가’[불교의 신화에 등장하는 새] 등 인도나 불교와 관련된 주인공은 보이지마는 실제는 불교를 모독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 숙제는 엉뚱한 데에서 풀렸다. 역사상 ‘서역’이라고 불리는 돈황, 푸르판, 우즈베키스탄 등의 불교와 관련된 그림 즉 ‘경변經變'에서 발견되었다.

‘경변’이란 ‘경전을 그림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한마디로 불경을 글자로 쓰지 않고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달리 ‘변상變相’ 그냥 ‘변變’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자료의 보고는 계선림季羨林[1994]이 주편한《돈황학대사전》였다. 막고굴과 유림굴에 나타난 기악 자료는 통계로 정리한 것만 152종이 있다. 막고굴의 132종과 유림굴의 20종이 그것이다.일본 학자들의 시선에 갇혀서 보지 못한 기악이 중국 학자들의 그것에 의해 많은 도움이 된 것이다. 

기악의 종류는 부모은중경변, 서방정토변, 아미타 경변 등과 같은 불경 중심의 분류가 가능하다. 또한 공양기악, 보살기악, 가릉빈가 기악, 굴첨기악, 호문기악 등과 소재 중심으로도 분류가 가능하다.

이 자리에서는 그동안 확보한 자료 가운데서 <부모은중경>을 중심으로 살표보고자 한다. '부모은중경'은 인도의 경전이 아니라, 중국에서 생성된 것이라는 데 이의가 거의 없다. 부모의 은혜에 감사한다는 의미이다. 

특히 이 자료를 택한 이유는 523년 무령임금의 아들이 순타태자의 죽음[참고 자료는 구중회 《무령임금 무덤의 12가지 비밀》]과 관련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이 두 그림에서 당시의 기악의 무대를 상정할 수 있다. 무대가 화려할 뿐 아니라 악사나 무희의 위치는 물론이고 악기 배치로 알 수 있다.

이런 구도는 악기의 배치도 짐작할 수 있다. <부모은중경> 그림 가운데 막고굴 제154호[3면]와 156호[2면]에 등장한 악기는 1) 박판, 2) 적, 3) 비파, 4) 공후, 5) 갈고, 6) 요고, 7) 필률, 8) 제요, 9) 배소, 10) 요, 11) 쟁, 12) 생, 13) 모원고, 14) 완함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5면 악기들을 정리한 결과 5종: 박판, 4종: 적, 비파, 필률, 3종: 공후, 갈고, 2종: 배소, 요, 생, 1종: 요고, 제요, 쟁, 모원고, 완함 등이었다. 

다른 기악 그림과 함께 <부모은중경>의 경우도 ‘완결된 배치’는 없었던 듯하다. 다만 박판이 모두 공통된 것으로 보아 지휘자의 역할을 한 것으로 짐작된다.지금까지 순수 불교기악을 정리한 셈이다. 그러나 지면 관계로 핵심적인 것만 적은 데 불과하다. 

예컨대 기악이란 소승불교에서는 금지되었던 품목이고 대승불교에서부터 공양기악으로 가능[오락기악으로 사용 금지]했다든지 일본 학자들이 1984년 이래로 기악의 범어가 ‘Vādya’라는 어의가 불교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인도의 일반적인 악기라는 의미였다든지 등과 같은 과제가 남아 있다는 것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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