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공주 스토리텔링(149)

김미경 (스토리텔링 작가/ 원광대대학원 문화콘텐츠전공 교수)

이제, 몇 시간만 있으면 2017년 정유년이 가고, 2018년 대망의 무술년이 밝는다. 나는 지금 일주일 째 제주도에서 올레길을 걷고 있다.

어쩔 때는 배낭을 메고 등산복을 입고 치열하게 걷고, 어쩔 때는 핸드백을 들고 편한 복장으로 여유롭게 걷는다.

바다를 만나면 바다에게 인사하고 들풀을 만나면 들풀에게 인사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공주는 그렇게 아름다운 금수강산(錦繡江山)인 금강과 계룡산이 있으면서도 도대체 왜 계획성 있게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걸을 수 있는 “금수강산길”을 만들지 못하는지 말이다.

내가 처음 공주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0년 전 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고려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있었던 문익수 선배님이 당시 행정자치부 자전거 활성화 TF팀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래서 나도 잠시 자전거위원으로 “자전거에 대한 스토리텔링” 자문 역할을 맡은 적이 있다.

그때 행정자치부 자전거 활성화 TF팀이 공주 금강변에 세워진 “자전거 조각상”을 둘러보기 위해 방문한 것이 내가 처음 공주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된다. 당시 공주영상대에서 관광학에 대한 강의를 했던 석용현 외래교수가 자신의 고향인 상신마을을 방문해 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 지금 내가 “계룡산상신농촌체험휴양마을 센터”에 오게 된 밑거름이 된다.

그런데 만 3년을 공주 계룡산과 금강변을 오가면서 살던 나는 요즘 공주의 미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공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역사문화도시이자 백제의 고도(古都) 뿐 아니라 조선시대 정치사상을 이끌었던 율곡 이이의 기호학술을 계승한 사계 김장생으로부터 신독재 김집, 우암 송시열, 초려 이유태, 동춘당 송준길 등이 활동한 거점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폐쇄적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활발한 개혁을 추진하려는 노력이 적극적이지 못하다.

나는 “계룡산상신농촌체험휴양마을 센터”가 “계룡산”이라는 행복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스타마을”로 급부상하지 못하는 것이 단순히 마을 사람들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굳건히 주장하고 싶다.

예전에 상신분교였던 이곳은 폐교가 되어 활용 가치가 없어졌을 때 학교 설립 당시 땅을 “기부채납” 했던 마을 사람들이 흉물스럽게 변해가는 마을 입구에 있는 학교를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해 47가구가 모여 “계룡산상신농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를 결성해서 “상신학교” 살리기에 주력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 많은 문제가 발생했고, 급기야는 지금 위기에 봉착해 있다.

단순한 예를 든 것이다. 비단 내가 살고 있는 “계룡산상신농촌체험휴양마을 센터“만 위기에 봉착한 것이 아니다. 금강도 이대로 두면 ”금수강산“의 줄임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피폐해 질 것이다.

그럼, 사람도 피폐해진다. 내가 제주도에 와서 “올레길”을 걷는 이유 중에 하나는 과연, 내가 계속 공주에 살아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정말 난 3년 동안 공주에 정착하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열심히 노력했다. “공주 계룡산 상신마을 스토리텔링 북”을 출간했으며 “계룡산 상신마을 스토리텔링 안내판”을 열 군데에 세웠고, 공주 계룡산 상신마을 홍보를 위해서라면 TV 출연부터 잡지 인터뷰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체면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계룡산상신농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 대표직을 맡는가하면 “반포면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의 부위원장, “반포면주민자치회” 홍보분과위원장 등을 맡아 내 생업인 교수 직업보다도 더 열심히 일하며 봉사했다.

그러나 요즘 공주는 나를 몹시도 실망스럽게 한다. 공주가 “2018 올해의 관광도시”로 살길인 금강과 계룡산의 “스토리텔링 로드맵” 만들기에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식의 와해를 초래하는 분열과 반목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니 정말 실망스럽기가 그지없다.

나는 소망한다. 2018년 새해 무술년은 나부터 우리 모두가 살고 싶은 “행복한 공주”가 되기 위해서 서로 화합하는 공동체의식을 멋지게 발현하는 현명한 “공주인”이 되기를 말이다.

금강아! 계룡산아! 제발 공주의 살길을 열어라!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문화유산도시 - 대한민국 공주”에 꼭 걷고 싶고, 자전거로 달리고 싶은 “금강 스토리텔링 로드맵”과 “계룡산 스토리텔링 로드맵”을 철저히 만들어야 한다.  

<2017년 10월 3일, 공주 백제문화제 중 금강의 모습 및 2017년 12월 27일, 제주도 올레길 7코스를 걷고 있는 필자 모습>

    <자전거 전도사 ‘21세기 희망’의 페달을 밟는다 : 김미경 로컬리스트>

올해 나이 55세의 문익수. 남들은 중형 자동차를 타고 고급 레스토랑에 앉아 폼을 잡을 나이에 그는 화사한 선글라스에 헬멧을 쓰고 몸에 딱 붙는 운동복을 입고 나타나서 거침없는 자전거 사랑을 뿜어낸다.

현 행정자치부 자전거 활성화 TF팀 위원장.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오직 자전거 애용으로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그에게 자전거는 항상 따뜻한 세상을 향해 나가는 통로였다. 어렸을 때부터 유달리 장난감 자전거만 가지고 놀았고 또 세발자전거를 타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는 그는 현재 고려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교수다. 아마도 그는 운명적으로 체육인으로 태어났나 보다. 문익수 교수의 아버지 문영호 선생 역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체육인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복싱 국제심판을 하였다고 한다. 자신의 집안 내력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문 교수의 말에서 대(代)를 잇는 체육인으로서 자부심이 짙게 배어나온다.

그는 목포에서 명문으로 인정받는 문태중·고등학교 이사장이기도 하다. 할아버지 문재철 선생이 설립한 학교를 이어받아 불철주야 교육사업에 열정을 다하는 그는 지금의 문태중·고등학교를 6년 동안 다니면서 오로지 자전거로 등하교를 했다고 한다.

그의 이사장 집무실에 가면 놀랍게도 세월의 때가 잔뜩 묻은 자전거 한 대가 오롯이 서 있다. 그 자전거는 고려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레곤 대학교에서 스포츠 심리학 석·박사 과정을 공부하던 6년의 유학생활 동안 그가 타고 다니던 것이란다. 이쯤 되면 누구도 문익수라는 사람의 자전거 사랑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그가 요즘 자전거 타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자전거 한 대로 세상을 바꾸는 자전거 혁명을 꿈꾼다고 한다. 자전거야말로 21세기의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키워드라고 말한다. 왜, 하필이면 자동차가 거리마다 홍수를 이루고 비행기가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21세기에 뜬금없이 ‘자전거’가 키워드라는 것일까.

그런 의문점이 채 가시기도 전에 퍼뜩 감탄사가 떠올랐다. 아! 그래, 바로 자전거야말로 21세기에도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욱 절실한 영구 무공해 에너지가 아닌가. 요즘 뉴스를 보면 고유가시대다, 환경오염이다, 비만이다, 건강의 적신호가 왔다 등등 이루 다 열거하기 어려운 개인과 사회의 문제가 연신 쏟아져나온다. 그런 우리에게 자전거는 개인과 사회를 함께 구원하며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정신적·육체적 구세주인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칠 때 문익수 교수가 문득 평소 자신이 즐겨 읊조린다는 소설가 김훈의 자전거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저어갈 때 세상의 길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세상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위대하다.”
 
이런 좋은 말을 기억하는 사람은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21세기의 희망을 향해 끊임없이 자전거를 타는 남자, 문익수는 진정으로 따뜻한 세상을 향해 몸으로 바퀴를 굴려 앞으로 나아가는 위대한 일을 하는 그런 사람이다.

※ 출처 : 주간경향(http://weekly.khan.co.kr)ㅣ뉴스메이커 763호 2008.02.26. [사람@세상] 중에서 발췌 인용

저작권자 © 특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