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공주 스토리텔링(145)

▲ 김미경(스토리텔링 작가/원광대대학원 문화콘텐츠전공 교수)

또, 12월이다. 이제, 여행을 떠나자. 온갖 세상사 복잡한 일을 잠시 놓아두고 이제, 눈 한번 질끈 감고 여행을 떠나자. 길고 긴 우주 속의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 지구에 살아 있을 때 눈 뜨고 있을 때 배낭 하나 둘러메고 여행을 떠나자.

나는 요즘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라는 말을 실감하며 살고 있다. 2012년 중국 북경 중앙민족대학에 방문학자로 가 있을 때 알고 지내던 분이 갑자기 아프다는 소식을 들은 지 2주 만에 갑자기 돌아가 버리셨기 때문이다.

사실, 그 분의 부고를 받고 나는 앞이 깜깜해졌다. 나는 그 분과 중국 진출을 목표로 “지장보살 김교각”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지난, 4월에는 중국 안휘성에 있는 지주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구화산”을 다녀오기까지 했다. 그리고 5월, 북경 유리창에 가서 “구화산”과 “김교각”에 대해 책도 사고, 그 분을 만나 “김교각의 인물콘텐츠 개발을 위한 스토리텔링“에 대해 여러 차례 회의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허탈하게 지금 그 분은 이 지구상에 없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영원히 살지 못한다. 이 깨달음이 요즘 나를 충분히 신중하게 만든다. 그래서 하루하루의 삶이 귀중하고 또, 귀중하다.

그러서일까. 이번에 맞는 2017년 12월은 더욱 값지다. 나는 12월이 오기 하루 전날 경기도 양평 “수미마을“의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공주나드리센터에서 소위 ”농촌체험휴양마을“ 대표자들을 데리고 ”선진지 견학“을 간 것에 동참한 것이다.

그리고 12월의 첫날에는 아침부터 몹시 바빴다. 원광대학교에 가서 박사논문 심사도 해야 했고, “2017 공주시 & 문화재청 생생문화활력사업 - 생생문화재” 프로그램“ 마지막 수업으로 해월스님이 주최하는 ”비암사“ 현장답사도 가야 했고, 공주 문인협회 총회도 참석해야 했고, 공주시의회 의원 두 분과 저녁식사도 해야 했다.

박사논문 심사가 생각보다 늦어져 “비암사”로 출발하지 못하고, “공주시노인종합복지관” 앞으로 가서 버스에서 내리는 해월스님 일행을 맞이해서 종강 기념 칼국수를 먹었다.

그리고 “공주리버컨벤션”으로 가서 “공주 문인협회 총회”에 겨우 참석하고, 다시 청벽에 있는 저녁 식사 장소로 급하게 이동해 또다시 저녁을 먹었다.

그래도 허탈했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삶의 시간들의 진정한 방향과 침잠에 대한 현명한 답을 내가 나에게 도저히 줄 수가 없다.

12월 2일, 나는 그 답을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전 생애를 주어진 환경에서 잘난 척 하지 않고 묵묵하게 살아오신 우리 계룡산 상신마을 어머니들에게서 그 답을 조금은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12월 1일부터 12월 2일까지 정말 조금도 쉬지 않고 배추를 씻고, 절이고, 버무리며 그 묵직한 긴 노동의 시간을 감내했다.

나는 이날 이 분들과 저녁을 먹고 헤어진 후 조금만 힘들어도 불평이 많았던 나를 토닥거리며 “인내”를 생각했다. 어찌 인생이 쉬운 적이 있었던가. 토닥토닥~.

그리고 또다시 힘을 내어 12월 3일에는 겨울방학이 되면 공주 문화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싶어 계속 나가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나의 작업실 - “김미경스토리텔링연구소”와 그 안에 꾸미게 될 “CBA(Culture Brain Agit)"의 인테리어를 위해 대전 중앙시장에 가서 열심히 장보기에 몰두했다.

그리고 12월 4일, 새벽 4시, “특급뉴스” 원고를 쓰기 위해 눈을 떴다. 그러나 새벽 6시가 넘자 원고를 미처 다 완성도 못하고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계룡역”으로 향했다.

오전 7시 8분, KTX 기차를 타기 위해서다. 비 내린 새벽의 달콤한 어둠을 가르며 급하게 달려 온 "계룡역"에서 나는 서울 용산행 기차에서 150회로 마감할 “특급뉴스” 원고를 마무리한다.

오늘은 중앙대학교에서 “스토리텔링 창작 실습”이라는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노량진에 있는 “사육신 공원”을 현장 답사한다.

물론, 이곳이 중앙대학교에서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 내 수업을 듣는 학생 중에 “동작구청”에 공무원으로 합격한 학생이 있기에 “동작구청”에서 그 학생이 앞으로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부딪치게 될 현장에 대한 “감(感)”을 익히게 하기 위함도 있다.

이번에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내 수업을 들었다. 특히 대학생으로 영상을 만들어 뷰티유튜버로 유명한 킴닥스의 김다은 학생부터 서양화로 독특한 일러스트를 꿈꾸는 오주의 오주연 학생까지 실로 다양한 “문화콘텐츠융합전공”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보람이 매우 큰 한 학기였다.

이제, 내일 12월 5일은 또다시 공주나드리센터에서 주최하는 장성 “편백농원”과 완주 “안덕마을”로 선진지 견학을 떠난다. 그리고 저녁 7시에는 대전 청유서당에 가서 초려 이유태의 11대손인 병주 이종락 선생님이 열강하시는 “소학(小學)” 강의를 들을 예정이다.

무엇을 위한 바쁨인가. 일단, 나를 찾는 여행을 열심히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2017년 12월을 여행도 하면서 내 안에 나를 찾기 위해 무진장 노력할 생각이다.

▲ 2017년 11월 30일, 공주나드리센터가 주최한 “선진지 견학”에서 경기도 양평 수미마을을 탐방하는 모습 및 12월 2일, “계룡산상신농촌체험휴양마을”에서 상신마을 어머니들이 “김장 김치”를 담는 모습

<소학은 왜, 배워야만 하는가?>

小學은 何爲而作也오 古之人이 生甫八歲어든​ 必受是書하니 卽三代敎人之法也라(​소학은 어찌하여 지었는가? 옛사람은 낳은 지 겨우 8세가 되면 반드시 이 책을 받아 배웠으니 즉 삼대 시대에 사람을 가르치던 방법이다)

自嬴秦坑焚以來로 經籍이 蕩殘하여 存者幾希하니 此新安朱夫子之所以愾然乎世敎之弛하사

輯舊聞而牖來學者也라(연진은 진나라 임금의 성씨로 진시황​의 갱분​이래로 경적이 제거되어 보존된 것이 거의 없어서 신안의 주부자가 세상의 가르침의 느슨함을 한탄하여 옛적에 들은 것을 모아서 미래의 학자들을 계몽하여 인도한 것이다) <“어제소학서(御製小學序)” 중 일부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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