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훌쩍 와 버린 시간 앞에

나는 서 있습니다.

보고 싶은 것만을

하고 싶은 것만을 원했던 시간 속에서

‘하지 말라’는 증표도 있음을 알게 된 세월

밀리듯 살았다는 핑계를 대고 싶은

‘58’이라는 숫자 앞에서 말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는

정말 억지였다는 그런 이유로

제대로 세월을 그리고 시간을

만난 기억이 있었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소설(음력 10월 5일)의 햇살은 통이 큰 창으로 비스듬히 발을 내밀고

창에 얼핏 비친 제 모습에 잠깐 시간을 허락합니다.

햇살 때문인지, 소설이니 눈이 올 수도 있다는 날씨 때문인지,

반짝이는 것은 햇살 때문만은 아닌 듯합니다.

창에 비친 제 모습은

봄날 강가의 운모만큼이나 반짝입니다.

흰 머리카락이 너무 많아 이제는 뽑아 낼 수도 없는

세월의 증표라고 하기엔 너무한

제가 허락한일도 아니었건만

이 깊어가는 햇살은 허락합니다.

증표 없는 세월이 세월이라고

그 세월이 바로 증표라고….

비록 원함이 진정 원하지는 않았지만

때가 되면 알게 되고, 때가 되면 변해지는 이 모든 것에

고개 숙여 고마움을 표합니다. 순명하듯 말입니다.

노란 여고시절 꿈과

빨간 대학시절 불탔던 열정이

오늘 이 시간 길게 드리워진 햇살과 함께

제 어깨를 두드려줍니다.

삶의 모양은 노란색이었다고,

삶의 무게는 빨간색이었다고….

눈을 감고 두 손으로

깊은 햇살과 함께 하얀 거리를 쓰다듬어 봅니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봅니다.

조금은 무겁게 두 손으로

그리고 잠깐 어깨를 감싸 안아봅니다.

이것을 나는 동작치유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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