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칭찬에 인색했던 나이다. 성격상 마음에 없는 소리를 잘 못하는데다가 게으른 탓도 있다. 문인들에게 책을 받아 읽으면서도 어쩌다보면 시기를 놓쳐 인사를 못하는 경우도 있고 책을 받고나서 겨우 출간에 대한 의례적인 축하 인사로 그쳤을 때도 많았었다. 그런데 이번 내 책을 출간하며 고마운 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갖다보니 뒤늦게 반성을 하게 된다.

가까이 사는 분들께는 만나는 기회마다 산문집을 선물했지만 멀리 있는 친구들에게는 서점에서 사볼 것을 권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구입이 수월하니 주소를 묻고, 우체국 다니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동창생들은 쾌히 축하로 책을 사서 읽고, 어떤 친구는 10권이나 사서 지인들과 나누어 본다고도 했다. 참 고마운 친구들이다. 카톡이나, 전화로 연락을 수시로 받았다.

밤새 새벽까지 잠을 못자고 단숨에 책을 다 읽었더니 어지러운 하루를 보냈다는 등 똑같은 자기 마음을 어찌 그리 책에 썼냐며 눈두덩이가 붓도록 돌아가신 엄마생각에 울었다는 친구도 있었다.

손자를 돌보는 친구는 며느리 퇴근하자마자 방에 들어가 읽기 시작해서 끝까지 읽고 밤늦게야 양치하고 잠에 들었다며, 나의 젊은 날 아픔에 대해 몰랐던 부분들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전해왔다. 반갑고 고마운 전화들이었다.

내 책이 서점에서 팔린다는 생각은 일찍이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서울에서 제일가는 서점에서 내 책이 팔리고 있고, 그 책을 사본 독자들 몇 명이 감명 깊게 읽었다는 소식을 전해준 것만으로도 나는 ‘성공했다’란 생각이 들었고 모두에게 감사했다.

내 책만큼은 인터넷이 아닌 광화문의 교보문고에서 꼭 사보고 싶었다는 한 친구는 서점에 다녀와 이런 글을 보냈다. ‘매대에 수십 권씩 진열된 책도 있는가 하면 책장에 한두 권 꽂힌 책들도 있고, 여기서도 빈익빈 부익부를 알게 되었다’는 글이었다. 아하, 그렇구나. 출판사들의 광고여부에 따라 수십 권씩도 진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고 “그동안 애썼더구나”라는 인사를 많이 받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어느 글에서 ‘어땠다’라는 좀 더 자세한 마음을 전해 받으면 더 기쁘고 고마웠다. 그래서 더 나를 돌아보며 반성하게 되었다.

책을 선물 받으면 여러 날, 그 책과 지내게 된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런 표현으로 저자에게 마음을 전한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읽으면서도 부럽다거나 혼자 감명을 받고 말았을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을 때 까지 배우고 반성하고 철들어 가는가보다.

칭찬이 어디 책에서 뿐이랴. 우리 삶에서도 매사에 칭찬이 얼마나 큰 힘이 되고 활력이 되는가를 느끼면서도 곧잘 잊는다. 어느 결혼식장에서 주례사님 말씀이 생각난다. 결혼해서 매일 아니면 매 주 10개씩 좋은 점을 써서 칭찬해주라는 부부에게 당부하는 말씀이었다.

이건 신혼부부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우리처럼 나이 들어가는 부부에게는 더 필요한 말일지도 모른다.

오늘 남편에게 어떤 칭찬이 어울릴까? 열 개는 못 고르더라도 한 두 개씩이라도 칭찬을 해봐야겠다.

그리고 요즘 내가 누구 책을 받았었지? 빨리 한 분 한 분 더 늦기 전에 인사를 시작해야 할까보다. 돈도 안 드는 칭찬인데 서로 기쁠 수 있는 이 말들을 좀 더 많이 주위 사람들에게도 권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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