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라고

참다보면 좋은 날 올 거라고

그런 소리들 말어

더 이상 어떻게 참느냔 말이여

참는 것도 한도가 넘어서면

동물이든 사람이든 다 돌아 버리고 마는 겨

미쳐 버린 농민들

이판사판 죽기 살기로

낫 들고 쇠스랑 들고 설쳐대면 어떻게 할겨

군인들 대포알 무서워하고

전경들 최류탄 물대포 무서워 할 줄 알아

뭐!

벼 한가마가 강아지 이발비도 안되고

쌀 한 말 가져야 두 노인네 국밥도 못 사먹고

쌀 한 가마가 팔이야

손 주 놈 운동화 한 짝도 못사는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여

이게 무슨 개 같은 소리냐 이 말이여

근로자들 직업병으로 한 명만 죽어봐

신문이다 방송이다 떠들고 쌩 난리판이지만

우리네 농민들 일 년에 수백명씩

농약중독으로 논두령 밭두렁에 고꾸라져

게거품 토해내며 뒹굴고 죽어가도

어느 한 놈 눈깔 돌린 적이 있느냐 말이여

기업하는 사람들에게는

수십 수백억씩 융자해주고 지원하며

우리네 병아리 눈물 같은

영농자금 얻어 쓸려면

주판알 앞에 놓고 이리치고 저리치는

얼마나 더럽고 아니꼬운 줄 알어

더 이상 어떻게 참느냐 말이여

이 나라 존귀하신 분들

말로만 농민사랑 농촌사랑 떠들어 댔지

농민을 위하여

농촌을 위하여 무엇을 해놓았어

식량이 최고의 무기가 될 것이고

농민들이 최고의 대우받는 세상이 열릴 것이라며

허리띠 졸라 매자하면 개미처럼 매었고

조금만 참자하면 곰처럼 참아가며

오십년 넘게 농사지으며 참아냈는데

그러나 결과는 무어여

제 놈들 앞 지락에

제 놈들 치마폭에 수백 수천억이 나뒹굴며

제 놈들 뱃대지만 멋들어지게 채웠잖아

우리네 등허리엔 태산 같은 빛 덩이만 남았는데

이래도 참으란 말이여

너라면 참을 수 있어

네놈 서울에 가면 존귀하신 분들께

이 말 좀 전해주어

아픈 곳을 알아야 치료 하듯이

책상 앞에 앉아 말장난들 치지 말고

삽 들고 호미 들고 밭두렁 논두렁 타며

하루만 엎어져 있어보면

우리네 땀과 눈물의 뜨거움을 알거라고

아!

친구여 미안 하이

정말로 미안 혀

매일 매일 밥을 먹어가며

너의 눈물과 땀을

미쳐 생각하지 못 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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