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심농원 입구

붉게 물든 산과 들이 가을을 실감케 한다. 공주시 계룡면 내흥2리에는 25년 동안 땅을 가꾸며 애정을 쏟아 온 유영홍(73세).이종심(69세) 부부의 ‘영심농장’이 있다.

▲ 유영홍씨 농원 입구 해바라기가 탐스럽다.

평소 자신이 묻힐 산소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유영홍 씨 아버지는 많은 곳을 돌아다니던 중 이곳의 넉넉한 산새에 반해 이곳을 택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한그루 두 그루 조금씩 심고 가꾸었다. 지금 이곳에는 감나무, 느릅나무, 은행나무, 호두나무, 대추나무, 밤나무, 무화과나무, 모과나무 등 많은 나무가 자라고 있다.

▲ 유영홍씨가 25년동안 가꿔온 영심농원에서 정성들여 가꾼 대봉감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유영홍씨의 정성으로 추위에 약한 감나무도 얼어 죽지 않고 자리를 잡아 주렁주렁 주홍빛으로 물들어 감 맛을 보게 해주고 있다.

열릴까 싶었던 단감나무에도 입안 그득 떫은 듯 단맛을 느끼게 해주는 감이 열려 2남2녀의 자녀들은 물론 귀여운 손주들에게도 단감을 먹는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어 기쁘다.

공기가 밝은 이곳에서 자란 은행나무는 처음에는 잘 몰라서 선택해 심었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지금은 토실한 열매를 보게 만들었다.

인근 대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유영홍씨와 아내 이종심씨는 남들처럼 농장 일에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 농장을 가꾸었다.

누구나가 낭만적인 농촌생활, 아름다운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처음에는 땅의 생리를 잘 몰라 은행나무 300그루를 비료도 주고, 정성들여 가꿨지만, 돈이 되지 않아 실패했다. 이후에는 대추나무 등 수확이 돈과 연관되는 것을 심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다시 두충나무, 헛개나무, 오가피나무 등을 심었고, 올해 처음으로 헛개나무 열매를 따게 됐다. 이영심씨는 열매를 따서 말리며 “집안에 간이 안 좋은 사람에게 줄 수 있어 좋다”고 연신 자랑한다.

유영홍씨는 “자녀들은 물론 손자손녀들까지 함께 먹을 수 있는 과실수를 심고, 정성을 들였던 땀 흘린 시간의 보람”이라며 흐뭇해한다.

▲ 유영홍씨를 졸졸 따라다니는 토종닭들도 유정란을 낳아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농원에 쏟다보니 보관하기 위한 공간도 땅을 이용한 공간을 구상하게 됐고, 80여마리나 되는 토종닭들은 지인에게 얻어 키워 이젠 건강한 유정란을 맛볼 수 있게 됐다.

▲ 유영홍씨(좌)와 아내 이종심씨(우)가 영심농원에서 그동안의 농원 가꾸기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농촌생활이라는 것이 도시에서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공기 맑고 바람 좋은 곳의 선택이라고 할지 몰라도, 함께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그곳 사람들과 협조와 배려가 우선”이라는 유영홍씨.

“처음 이곳은 불모지였어요. 사람들의 손도 빌리고, 자식들의 손도 빌리고 하면서 가꾸다 보니 이렇게 농원모습도 갖추게 됐고, 이제 열매를 맺어 함께 나눠먹게 됐어요. 그렇게 걸린 세월이 20년이 넘네요.”라며 결코 쉽사리 얻어지는 것이 없음을 실감케 했다.

아내 이종심씨는 "살아가는 일이 다 똑같아요. 바르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 주변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려고 서로 더 배려해 주는 것, 이런 것들이 어느 에서나 같은 마음일 것이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다보니, 아이들도 잘 따라줬던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처음 부모님의 생각대로 선택했던 땅이었지만 지금은 유영홍씨의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디딤돌이 되어 농장 이곳저곳에 심고, 가꾼 흔적이 세월을 느끼게 한다.

▲ 유영홍씨가 농작물과 발효식품을 보관한다는 토굴

“공주시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늘고 있는 곳이 내흥2리”라고 자랑하는 유영홍씨는 마을의 노인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마을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두들 꿈꾸는 전원생활이지만, 이들 부부는 도시와 농촌을 함께 공존하는 생활로 남들보다 배로 더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칠십이 넘어서도 건강하게 자신의 모든 일을 보람되게 해 내는 것이 삶의 지혜임을 일찍 터득한 유영홍씨.

농촌은 점점 노령화 되어가고 있고, 일손들은 기계화되어가고 있는데 또 다른 삶의 방식들의 유지와 발전, 보존과 개발이라는 오묘한 차이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어디든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요즘 농촌, 도시, 어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 어느 곳에 오래 살았든 그렇지 아니하든 함께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들 부부처럼 농촌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 도시와 농촌을 이어주는 농원생활로 또 다른 삶의 방식을 시작하고 싶다면 우선 어울렁 더울렁하며 먼저 내어주는 마음을 준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여유가 있어 농촌과 도시를 꿈꾸는 사람들과 달리 지역민들은 그곳이 그들에게는 온전한 삶의 터전이기에 서로 이해하고 어울려주는 마음도 필수다.

충남 공주시처럼 인근에 광역시와 특별시가 인접한 도시는 극히 드물기에 인구가 늘어나고, 살기 좋은 고장이 되기 위해서는 반겨주는 지역민과 이곳을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사는 고장으로 만들기 위한 이들 부부같은 사람들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부부가 정성들여 가꾼 배추가 올 가을 김장김치의 영양가 있는 재료가 될 것이라고.

내흥2리도 지역민의 바람대로 다른 고장과 마찬가지로 희망적인 체험과 관광지, 사람들이 찾아주는 마을로 발전되기를 꿈꾸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제 시작을 꿈꾸는 그들에게도 희망적인 소식들이 조금씩 들리고 있어 산과 들과 강이 인접한 곳, 명산과 명사가 인접한 내흥2리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늘어나 살기 좋은 마을이 되도록 서로의 이해와 협력이 밑거름에 자리 잡았으면 한다.

▲ 유영홍씨와 이종심씨 부부가 가꾸고 있는 내흥2리 영심농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이런 프랜카드도 걸려 있다.

<이 기획기사는 2017년도 충청남도 지역언론 보조사업의 지원을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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