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자의 동작치유의 이야기-3

상강(霜降).

음력 9月4日(10월 23일 쯤) 24절기중 하나인….

이때쯤이면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누런 벼가 농부의 손길을 따라 눕기 시작하고, 무수(무우)청이 제법 청년의 모습처럼 푸르러지고, 호박잎은 첫 서리가 오기 전까지의 진녹색으로 약이 오른 듯 하며, 마디게 자란 호박잎 사이로 듬성듬성 누렇게 늙은 호박들이 언덕배기에 핀 들국화만큼 내 가슴을 옥조이게 한다.

나는 늙은 호박을 보고, 머리에 천을 두른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에 그려진 고개 숙인 모습을 흉내 내며 서있었다.

제멋대로 생긴 바쁜 농부의 손을 이해라도 한 듯 지형(地形 땅의 모습)에 따라 삐뚤어진 모습, 찌그러진 모습.

그대로가 그대로여서 난 더 옴짝할 수 없이 서있었다. 늙은 호박이 나인 것 같아 그냥 그렇게 서있었다.

처음에 그냥 서 있다가, 열 발가락이 신발창 가까이 딱 붙어있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느끼고 있었을 때 차가워진 공기 사이로 왔던 길을 배회하는 벌의 나들이는 호박꽃을 찾아 분주했지만, 꽃을 찾지 못한 벌을 보며 나는 몸에서 힘을 뺄 수 있었다.

그곳에선 헛걸음을 친 벌과 늙은 호박 그리고 내가 있었다. 이렇게 무엇인가를 직시하고, 그 안에 나를 바라보는 것이 나의 동작치유의 세 번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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