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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고마 이야기는 이렇게 기록되었다.

곰은 백수의 왕으로서 고대부터 유럽의 전역에서 두려움과 숭배의 대상이었다. 게르만족, 켈트족, 슬라브족, 발트족, 라플란드인 중 상당수는 곰을 자신들의 상징이나 선조로 삼았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중세에 들어와 알프스에서 발트 해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에서 곰과 예수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벌어진 것이었다.

다양한 형태로 견고하게 뿌리내린 곰 숭배는 사람들의 개종을 방해했다. 그들을 개종시키려면 곰 신앙을 뿌리째 뽑아야 했다. 그리하여 교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곰을 왕좌와 제단에서 끌어내리려 했다. 곰과의 전쟁은 거의 천년이 걸렸다. 사제와 신학자들은 곰과의 전쟁에서 이기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였다.

고심 끝에 그들은 곰 축출의 선봉으로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사자를 용병으로 고용하기에 이르렀다. 사자를 앞세워 곰을 악마로 만든 뒤 그 동물을 한껏 사냥하고 모욕하고 조롱했다. 그리고 곰왕 아서와 사자왕 리처드에게서 보듯 어느새 곰을 동물의 왕좌 자리에서 몰아내곤 그 자리에 사자를 앉혔다.

드디어 인간의 머리와 가슴에서 곰을 몰아낸 뒤 그들은 예정된 행위를 거침없이 밀고나갔다. 예수를 앞세워 파죽지세로 텅 빈 인간의 정신세계를 점령한 것이었다. 예수가 유럽에서 그렇게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기까지는 앞장서 곰을 몰아낸 사자의 공이 매우 컸다. 실로 인간에 의한 문화전쟁이자 종교전쟁은 그렇게 교묘하고도 처절하게 진행되었다.

고마한은 프랑스의 세계적인 석학 미셸 파스투로(Michel Pastoureau, 1947~)의 식견을 바탕으로 곰과 사자와의 전쟁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었다. 유럽의 곰 이야기에 관한 그의 저서는 한국에서도 <곰, 몰락한 왕의 역사>라는 이름으로 번역, 출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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