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영혼들에게 전하는 시인의 선물은

2017년 추석 전날. 나태주시인에게서 ‘혼자서도 꽃인 너에게’를 받았다. 유난히도 긴 연휴, 제63회 백제문화제 항공축제가 열리고 있는 공주 의당천에 경비행기를 타러 갔다가 차안에서 그 책을 읽었다.

술술 읽혀졌다. 나태주 시인의 시가 그렇듯이 산문도 그렇게 쉽게 읽혀졌다. 결국 이날 경비행기는 타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

글을 쉽게 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만큼의 실력, 노력이 필요하다. 훌륭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머리에 쏙쏙 박히도록 쉽게 가르치지만, 덜 훌륭한 교사는 말은 많이 하지만, 머리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것처럼.

‘혼자서도 꽃인 너’는 ‘나태주 산문집’으로 타이틀이 걸려 있지만, 산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시, 다른 시인의 시도 있고, 학생들에게서 받은 편지도 있다. 시, 강연과 관련된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그런 타이틀을 붙인 것 같다.

나 시인은 이 책을 통해 ‘유명한 시’보다는 ‘유용한 시’를 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시를 읽는 사람은 독자인 만큼 시인은 복잡한 세상을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그리고 사람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서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을 위한 시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나태주 시인은 그렇게 ‘유용한 시’를 써서 ‘유명한 시인’이 됐다.

시는 ‘논리’가 아닌, ‘감동’으로 다가가야 한다. 그래서 시인은 많이 울어야 하고, 가슴에 박힌 옹이가 많아야 한다. 시인에게는 그처럼 슬픈 일이 독자에게는 더 많은 감동을 불러일으키니, 예술가들은 아마도 천형(天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가까이에서 보는 나태주 시인은 벌레 한 마리, 풀 한 포기와도 대화하는, 여린 마음을 지닌 70대의 어린 소년이다.

그런 그가 읽기 쉽게 쓴 ‘혼자서도 꽃인 너에게’를 읽고 한동안 머리가 멍했다. 나도 한동안 멈추었던 시를 다시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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