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마도사는 교도소를 빠져나오자 불이 켜지기 시작한 도시의 거리를 단숨에 지나쳐 도시의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에 이르렀다. 다리 초입에 ‘금강교’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다리 위를 걷는 넝마도사의 발걸음은 나는 듯이 빨랐다. 고마한은 잰 걸음으로 넝마도사를 따라잡으려고 했지만 그는 항상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다.

“사부님, 벌써부터 이러깁니까?”

“네놈이야말로 벌써부터 왜 그래?”

넝마도사가 하소연을 들어줄 기미가 없자 심통이 난 고마한은 다리 위 인도에 털썩 주저앉았다. 넝마도사는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옆으로는 소형차들이 좁은 자동차일방통행도로를 조심스럽게 지나가고 있었다.

“사부님, 사부님은 뇌섹남이 되긴 글렀어요.”

“엉? 뇌섹남?”

넝마도사가 반응을 보였다.

“뇌가 섹시한 남자를 말하죠.”

“왜 글러? 나도 섹시한 게 좋은데?”

“좋다고 마음대로 되나요? 생각해보세요. 감방 동기인 스승과 제자가 드디어 출옥한 날입니다. 그것도 며칠밖에 되지 않은 사제지간입니다.

사부님, 오늘 같이 즐거운 날 저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우선 근사한 식당으로가 오늘을 자축하겠습니다. 그 정도는 돼야 뇌가 섹시하다고 말할 수 있겠죠.”

제자의 느물거리는 말에 넝마도사는 빙긋이 웃을 뿐이었다. 잠시 뒤 무슨 생각에서인지 넝마도사는 제자의 한 쪽 손을 번개 같이 낚아챘다.

“네놈이 꾀가 나는 모양이군. 내 손을 꼭 잡아.”

그 말이 끝나자마자 넝마도사는 냅다 걸음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고마한은 몸도 마음도 붕 떠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느낌은 잠시 동안이었다. 넝마도사가 다리 한 가운데서 걸음을 멈추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멈춘 그곳엔 ‘고마’라는 이름의 음식점이 휘황찬란한 불빛을 뿜어내며 자리하고 있었다. 넝마도사는 서슴없이 식당 안으로 들어가 통유리 벽 가까이에 자리 잡았다. 밖으로는 휘황한 불빛 아래 강물이 일렁이고 강물 저 너머 산자락에는 고성(古城)이 은은한 불빛 아래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고마한은 스승의 얼굴을 넋이 나간 듯 쳐다보았다. 막상 고급 식당에 들어오니 불안감이 밀려오는 모양이었다.

“사부님, 여긴 아주 비쌀 텐데요? 괜찮겠습니까?”

넝마도사는 무엇이 좋은지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

“왜 걱정되나? 알고 보면 나도 뇌섹남이야.”

넝마도사의 느긋한 태도에 고마한은 어느 정도 마음을 놓았다. 곧 다가온 여 종업원에게 고마한은 송아지고기 요리를 시켰다. 뒤이어 넝마도사는 수제 햄버거를 셋이나 시키면서 와인 한 병도 잊지 않았다.

저작권자 © 특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