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경 (스토리텔링 작가/ 원광대 대학원 문화콘텐츠전공 교수)

나는 그야말로 장마철의 찜통더위가 의기양양하게 그 기세를 마구 휘두르고 있는 지난, 7월 14일 금요일 오후에 공주시 의당면 월곡리에 있는 해발 392m 높이의 천태산 중턱을 헉헉대고 올라갔다.

물론, 나 혼자만 올라 간 것은 아니다. 이런 숨이 턱턱 막히는 찜통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혈사”와 “동혈사지”를 현장 답사하겠다는 뜨거운 열정을 지닌 여러 동지(同志)들과 함께 올라갔다.

이는 “2017 공주시 & 문화재청 생생문화활력사업 - 생생문화재(담담: 석용현 백제문화기획운영가)” 프로그램 중에서 “자연동굴과 생태자연을 통해 내 안의 화가는 누구인가”를 찾기 위한 대장정이었다.

나도 “내 안의 화가”인 그 누구를 찾기 위해 “동혈사”와 “동혈사지”를 현장 탐방하고는 그 느낌을 화폭에 담기 위해 스케치를 시작했다.

우선, 첩첩이 쌓인 산들을 그리고 그 다음에는 “동혈사” 큰법당에 매달린 별모양의 아름다운 풍경(風磬)을 그렸다. 그리고 “혈”을 그리고 나서는 갑자기 진짜 현실에는 없지만 내안의 화가가 그리고 싶은 “부처님”의 형상을 그리고 싶어졌다.

그때 마침 오늘 이 프로그램의 지도를 맡은 김동진 화가가 내 옆을 지나간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칠세라 내가 밑그림을 그린 “혈” 안에 “부처님”을 그려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진짜 화가는 달랐다. 쓱싹쓱싹 그리니까 바로 “부처님”이 “혈” 안에 동굴에서 “명상”을 하고 계신다.

나는 뜻하지 않게 진짜 화가랑 공동 작품을 이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나는 진하게 “東穴寺”라는 글씨를 쓰고, 위에다 “by 海野 김미경”을 쓰고는 김동진 화가에게 연필을 내밀었다.

그리고 나는 “김동진”이라는 이름을 쓴 김동진 화가에게 공동 작품 탄생을 기념하는 사진을 찍자고 제의했다. 우리는 “동혈사” 요사채 앞마루에서 “찰칵”하고 “내안의 화가”가 된 우리를 위해 사진을 한 컷 찍었다.

사실, 나는 이날 2017년 9월 22일 금요일 오후 1시, 공주시노인종합복지관 2층 강의실에서 공주시민들을 대상으로 “공주 4혈사지 불교자연석굴 현장 탐방과 스토리텔링”을 특강할 사전 답사도 겸하여 “동혈사”를 찾았었다.

그러나 나는 뜻밖에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 셈이다. 평소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는 감상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내가 “자연동굴과 생태자연을 통해 내안의 화가는 누구인가”를 고민하고 직접 그림을 그리며 “내안의 화가”를 찾게 되니 말이다.

기대하시라. 나는 “동혈사”와 “동혈사지”를 방문하면서 공주가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보물”에 대해 인지(認知)하게 되었다. 그리고 귀중한 “백제불교문화”에 대해 한층 더 깊은 스토리텔링 연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이날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동혈사”와 “동혈사지”를 구불구불 내려오면서 굳건히 다짐했다. 앞으로 공주시가 품고 있는 찬란했던 백제불교문화 스토리텔링 연구를 위해 대통사지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4혈사지 백제 자연석굴과의 만남에 더욱 더 적극적인 동참을 하겠다고 말이다.

▲ 2017년 7월 14일, 공주시 의당면 월곡리 “동혈사”에서 김동진 화가와 필자가 함께 그린 그림 앞에서 한 컷

<동혈사지(東穴寺址)> 소재지 : 공주시 의당면 월곡리

의당면 월곡리 천태산(天台山) 중턱에 자리잡은 이 절터는 서혈사(西穴寺), 남혈사(南穴寺), 북혈사(北穴寺) 등과 더불어 공주 주변의 사혈사(四穴寺) 중의 하나로 전해온다.

동혈사(東穴寺)는 일명 동혈사(銅穴寺)라고도 하는데, 이 절이 언제 세워졌는지에 대해서는 전하는 기록이 없다.

절은 산기슭에 4.5m 높이의 축대를 쌓아 대지(台地)를 조성한 후 세웠는데, 현재 절터에는 조선후기(朝鮮後期)의 것으로 보이는 2동(棟)의 건물지와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3층석탑, 그리고 조선시대 부도(浮屠)가 남아 있으며, 또한 절터 뒷편 암벽(岩壁)에는 자연동굴 형태의 석굴(石窟)이 남아 있다.

저작권자 © 특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