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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의 현장을 찾아 출발
조동길 교수의 러시아 여행기-2
2017년 07월 10일 (월) 09:05:21 조동길 dkcho@kongju.ac.kr
   
 

아침을 먹고 기다리다가 10시 반이 넘어서 택시를 불러 타고 둔치 주차장으로 갔다. 버스가 대기하고 있어서 인솔자인 김 대표의 안내로 탑승했다.

이미 오신 분도 있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분도 있다. 일행은 부부로 참여하신 여덟 분과 남자 넷, 여자 넷 모두 열여섯 명이다.

모두 공주에서 글을 쓰고 있는 분들과 그 가족들로 오래 전부터 잘 알던 분들이 대부분이라 우선 마음이 편안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11시에 출발하여 중간 휴게소에서 제육볶음으로 점심밥을 먹고, 인천 공항에 2시쯤 도착했다.

비행기 출발 시각이 5시 55분이니 시간은 충분한 셈이다. 줄을 서지 않고 일찍 항공권을 발급 받아 역시 이른 시각에 짐을 부치고, 출국 수속을 거쳐 면세점 구역으로 들어섰다.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다가 탑승구 쪽으로 갔으나 아직 이른 시각이라 무료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이륙 30분 전에 탑승을 시작했고, 항공기는 정확하게 정해진 시각에 출발했다. 이제는 내릴 수도 취소할 수도 없다.

꼼짝없이 8시간 내지 9시간 정도 비행을 해야 한다. 마치 날아가는 하늘 감옥에 갇힌 기분이다. 이제부터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이다. 좁은 좌석에 앉아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니 벌써부터 몸이 근질거린다.

기내식으로 주는 비빔밥 한 그릇을 저녁밥으로 먹고, 단편소설 세 편과 중편소설 한 편을 피로한 눈을 쉬며 천천히 읽고 났어도 시간은 네 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영화 화면과 녹화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며 나머지 시간을 보냈다. 이런 환경에서도 편안하게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분들이 부럽기만 했다.

현지 시각으로 10시 좀 못 되어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우리와는 시차가 6시간인데, 밖이 대낮처럼 환하다. 알고 보니 여기는 지금 백야 현상이 진행 중이라 오전 3시 반이면 해가 뜨고 10시가 넘어도 해가 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잠을 잘 때는 창에 두터운 커튼을 치는 게 필수적이라 한다.

길게 줄을 서서 입국 수속을 했다. 일을 처리하는 직원들의 태도가 느릿느릿하여 바쁠 게 하나 없어 보인다. 하기야 좀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은 거야 우리들 사정이고, 그들이야 서두를 까닭이 전혀 없을 것이다.

아니면 사회주의 시절 일하던 관성이 아직 남아서 그럴까. 시계로 측정해 보지는 않았지만 한 사람당 수속이 끝나는 데 거의 5분쯤 소요되는 느낌이었다. 어렵게 수속을 끝내고 나와 짐을 찾는 데 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그렇게 지루한 절차를 거쳐 밖으로 나와 가이드를 만났다.

가이드의 안내로 한참을 걸어 나와 버스를 탔는데, 우리 일행만 단독으로 이용하는 버스라 좌석이 넉넉하게 여유가 있어 좋았다.

성이 김 씨라는 가이드가 첫 인사를 하는데, 어제부터 배탈이 나서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다른 가이드로 대체하려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문학 기행 가이드를 할 수 있는 사람이 4명밖에 없는데다 지금이 관광 성수기라 가이드의 일정이 모두 꽉 차서 교체가 도저히 불가능해 억지로 나왔다 한다.

얼굴 표정을 보니 엄살이 아니라 불편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자신의 직업에 충실한 거야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수혜자들에게 불편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그 사람이나 우리들이나 잘 만난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호텔로 이동하는 동안 차창 밖으로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세웠다는 개선문, 파란 하늘을 엷게 붉은색으로 물들이는 석양의 노을, 나중에 들을 얘기지만 도시의 약 70%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고층 빌딩 건축이 안 되는 사정으로 야트막한 저층 건물들이 하나의 건물처럼 연결되어 있는 모습, 현란한 원색을 피하고 연녹색이나 연분홍의 은은한 색깔로 외관을 치장한 건물들, 높이 자란 가로수가 무성하게 서 있는 도로 등등 이색적인 도시에 들어선 것을 실감케 하는 풍경이 이어졌다.

호텔에 도착하여 방 배정을 받고 6층 방으로 올라갔는데, 우리 방은 카드 키가 말을 듣지 않아 재발급을 받아야 하는 바람에 피곤한 몸으로 복도에서 오랜 시간을 지체해야 했다.

다른 나라에 가면 가이드가 고객이 방에 들어갈 때까지 확인을 하는 게 보통인데, 몸이 불편하여 그랬는지 우리 가이드는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이 호텔은 대규모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외국 관광객이 바글거릴 정도로 많았다. 특히 일본 관광객과 중국 단체 관광객이 많았다. 그들은 떼로 몰려다니며 시끄럽게 떠드는 게 보통이어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피해야 편했다.

다른 사람들이 다 들어가고 난 한참 뒤에야 겨우 방에 들어가 짐을 풀고, 간단히 얼굴과 발만 씻고 나서 침대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바뀐 잠자리에다 낯선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 어색함 때문에 몸이 아주 피곤했음에도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커튼을 쳤어도 밖이 어둡지 않고, 시차 때문에 잠을 잘 시간이 아니어서 그런지 오래도록 뒤척이다가 새벽녘에야 간신히 눈을 좀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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