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스토리텔링 작가/ 원광대대학원 문화콘텐츠전공 교수)

2017년 7월 8일, “친구야 반갑다. 모두 잘 지냈지? 회갑을 축하한다~!!”라는 현수막이 “계룡산상신농촌체험휴양마을 센터” 다목적실에 크게 걸렸다. 이는 다름 아닌 공주시 계룡면에 위치한 “계룡초등학교 48회 동창회” 모임을 위한 현수막 문구이다.

마침 1964년 7월 8일에 태어난 나는 이 분들의 “회갑을 축하한다~!!”라는 말에 필(feel)이 꽂혔다. 나도 회갑이 불과 7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숨이 턱~ 막혔다. 아니 벌써 이렇게 많은 세월을 보냈단 말인가.

사실, 나는 며칠 전 이 세상을 하직한 “반갑구만, 반가워요”라는 유행어로 유명한 KBS 2기 개그맨 “조금산”이라는 친구 때문에 매우 우울한 참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던 “조금산”을 내가 KBS에서 다시 만난 것은 1989년, 내가 쓰고 있었던 KBS 2라디오 “가위 바위 보” 프로그램 때였다.

그때 개그맨 “조금산”은 아주 명랑하고, 유머가 넘쳤었다. 그런데 왜, 그 친구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그것은 바로 “친구”들과의 단절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볼 때 “계룡초등학교 제48회 동창회”의 문구는 참으로 감동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친구야 반갑다. 모두 잘 지냈지? 회갑을 축하한다~!!”

서로의 늙어가는 것을 위로해주며 인생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들의 모임은 매우 멋있었다.

바로 지난 2017년 6월 30일까지 공주시 농업기술센터 축산과장으로 공주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최명열 회장님이 주도하는 “계룡초등학교 제48회 동창회” 모임은 그야말로 말 그대로 걸졌다.

새벽부터 윤진순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푹 삶은 옻닭과 백숙을 필두로 상신리 노인회장 부인인 김금예 어머니와 박기열 베트남 장모 영김 드엉이 잘 버무린 고소한 나물들 그리고 고주환 위원장과 이선우 선생님이 숯불로 직접 구워 낸 “숯불 바비큐”까지 실로 맛있는 계룡산상신농촌체험휴양마을 센터의 먹거리들이 이날, “계룡초등학교 제48회 동창생” - “친구”들이 서로의 돈독한 우정을 북돋는 데 일조했다.

더군다나 우리 계룡산농촌체험휴양마을과 MOU를 체결해 운영하고 있는 “유라시아예술체험학교”의 “하우스 콘서트”에서 고려인 3세(마리나 리, 카자흐스탄)가 치는 “아리랑” 피아노 연주는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마침 “유라시아예술체험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우 대표가 “계룡초등학교” 제56회 출신이라 제48회 선배들은 더욱 이 공연에 열렬한 호응을 보냈다.

또, 하늘과 별과 바람이 만나는 밤늦은 시각, 이들은 흥에 겨워 꽹과리, 징, 장구, 북 등 사물놀이를 신명나게 치며 운동장을 돌고 또, 돌았다. 그리고 옛 추억이 무럭무럭 피어나는 이들의 끝없는 이야기는 늦은 밤까지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나는 이들 회갑을 맞은 인생의 선배님들의 아름다운 우정이 꽃피는 “계룡초등학교 제48회 동창회” 모임을 보면서 또다시 깨달았다. 어떤 사람도 “독불장군”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그러면서 오늘, 제주도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를 보고 싶어서다.

우리가 얼마나 산다고 이렇게 산더미 같은 세상의 짐을 내려놓지 못하는가. 왜, 떠나지 못하는가. 공주에 와서 의욕이 넘쳤던 3년 남짓의 세월을 다시 되돌아보기 위해 나는 길을 나선다. 상처 받은 영혼을 달래며 이제 막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된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으로 나를 위로해 본다.

<2017년 7월 8일, 공주 “계룡산상신농촌체험휴양마을 센터”에서 열린 “계룡초등학교 제48회 동창회” 모습 및 유라시아예술체험학교 “하우스 콘서트” 모습>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 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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