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정월 제사를 올리며 마을 안녕과 풍요 기원

▲ 충남 공주시 반포면 공암리의 마을 수호신인 '탑할머니' 돌탑.
ⓒ 특급뉴스 이건용

충남 공주시 반포면 공암1리에 가면 ‘탑할머니’를 만날 수 있다.

맑은 정기와 영험한 기운을 자랑하는 계룡산에서 발원해 비단물결 금강으로 흘러드는 마을 하천 ‘용수천’ 둑 너머 팽나무 아래 아담한 돌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1층 기단을 쌓고 그 위에 세워져 있으며 그 옆에는 육모정이라는 정자가 있어 팽나무의 넉넉한 그늘과 함께 마을 주민들은 물론 길손들의 넉넉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이곳이 바로 공암1리 마을의 수호신인 ‘탑할머니’ 돌탑으로, 마을 주민들은 매년 정월 대보름을 즈음해 이곳 보살탑에 제를 올리며 마을의 안녕과 풍요,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이런 전통은 수백 년째 이어져 오고 있으며, 지난 8일(음력 1월 23일) 오후 7시 약 100여명의 마을 주민들이 모여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차려놓고 제를 올렸다.

탑 할머니를 이곳에 모시게 된 사연은 흥미진진한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3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석장리박물관 홈페이지(www.sjnmuseum.go.kr) 테마여행 코너 ‘우리 민속신앙을 찾아서’ 참고)

이조 중엽인 인조 때 영산 계룡산에서 불당거리에 중생공덕을 수도하고 부처님께 공양해 선심을 닦고, 염불공덕 하던 한 보살이 있었다.

어느 해의 정월대보름 아침, 촌장을 비롯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간밤에 보살이 꿈에 나타나 “용수천변에 나의 시신과 염주, 목탁, 구슬이 있으니 그 자리에 돌로서 묘를 써주면 그 은덕을 영원토록 잊지 않을 것이요, 부락에 행운이 대통할 것이니”라고 했다한다.

주민들은 정성껏 돌 탑을 쌓아 묘를 만들고 장례를 지내 주었다. 그 후 동리에서는 질병도 생기지 않고, 농사는 풍년이 들고 가축들은 건강하게 잘 자랐다 한다.

마을 인심은 날로 좋아져 서로 화목하고 평화롭게 지내게 됐다. 마을에서는 그 후 매년 정월 초사흘 저녁, 정성껏 제수를 마련해 제사를 올리며 마을을 지켜주는 신으로 삼아왔다.

그 후 약 150여 년이 흐른 어느 날 밤, 보살이 다시 나타나 마을 사람들에게 현몽하기를 ”며칠 후에 큰 물난리가 날 터이니 나의 무덤인 석탑을 내 건너편(현 위치)으로 속히 옮겨 달라”해 어김없이 옮겼더니 그날 밤부터 대홍수가 내려 그전 탑 자리는 홍수에 휩쓸리고 인근 마을들은 큰 수해를 입었다. 그러나 공암 마을은 수해를 입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보살의 영험함에 탄복하며 ”우리 부락을 용수(용수천)로부터 피해를 미리 막아주었다“며 보살님의 은혜를 높이 칭송하고 그 후로 더욱 정성을 다해 매년 정월초사흘부터 십오일 대보름까지 기간을 두고 제를 준비하고 제를 올렸다.

제례는 모든 살상을 금하고 각자의 집안 단속은 물론 마을 안팎을 청결히 하고, 초사흘 날은 풍물을 앞세우고 집집마다 방문해 탑할머니가 오셔서 지신을 누르며 집안의 평안과 행운을 축원하는 순으로 이어진다.

그 다음 제수에 쓰일 쌀을 정성껏 모아 마을에서 가장 정결하고 정성이 지극한 가정을 헌성자로 추천해 제수를 마련한다. 그리고 정월 열나흘 저녁에 제사를 올리고 탑할머니를 추모하며, 개인은 물론 가정과 마을 전체의 안녕과 행운을 빌며 소지를 올린다.

탑할머니 제사는 마을 주민들에게 최초로 현몽한 이후 수백 년의 전통을 이어 내려오고 있으며, 현재는 전통 민속놀이로 변천돼 외지인 및 관광객도 지켜볼 수 있는 전통 민속축제의 하나로 성황을 누리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금줄’로, 주민들은 제를 올리기 전에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매년 탑할머니에게 금줄을 친다. 이 금줄은 재액막이와 신성구역 선포라는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보통 새끼는 오른쪽으로 비틀어 꼬는데, 금줄은 왼쪽으로 비틀어 꼬아 신성함을 나타낸다. 이는 잡귀의 접근을 막아 마을로 들어오는 재액을 막는 의미로, 왼새끼를 꼴 때 짚 밑동을 비죽 나오도록 거칠게 꼬는 것은 귀신의 접근을 막는 일종의 철조망 같은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탑 할머니는 잡석을 원뿔모양으로 쌓아 올리고, 탑 위에는 둥그런 돌을 얹어 ‘탑 윗돌’로 삼았다. 탑의 본체 외에 탑 윗돌에도 왼새끼를 두른 것은 한 국가의 상징인 국기(國旗)나 어두운 곳을 환히 밝혀주는 촛불과 같은 의미가 있으며, 신체로서의 선돌 의미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공암마을의 탑할머니는 보살님의 묘지라는 특이성을 갖는데, 보통의 돌탑은 탑제신당이라 해 순수하게 돌로 탑을 쌓거나, 탑을 쌓기 전 그 안에 무언가를 안치해 의미를 삼고 탑을 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이런 면으로 볼 때 탑할머니는 보살의 영혼을 숭배하는 에니미즘의 양태라고 볼 수 있다. 에니미즘은 ‘원시신앙’이라고 부르는데, 신앙의 형태가 선사시대 때부터 유래되어 거의 변형되지 않은 원시신앙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속신앙의 대상은 다종다양하며, 전국의 마을마다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가 녹아들어 있어 같은 류 이면서도 다양한 문화를 전개하고 있다.

한편, 공암리 인근 계룡산 자락에 위치한 상신리·하신리(마을 중간의 산신당을 중심으로 윗신소, 아래신소)는 마을 어귀 두 곳에 장승과 솟대를 세워 마을로 들어오는 잡귀를 막고 있다. 또한 매년 정월이 되면 장승제를 지내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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