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경(스토리텔링 작가/원광대대학원 문화콘텐츠전공 교수)

애당초 작정하고 나선 봄나들이는 아니었다. 오랜 만에 원효사 해월스님이 주관하는 “백제불교사상연구회” 모임에서 공주 시내 투어를 하면서 그저 무심코 들린 공주문화원 2층 전시실이었다.

그러나 나는 뜻밖에 그곳에서 자연의 경이로움과 맞닥뜨리는 행복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마치 “물의 결”이 생동감 있게 살아 숨 쉬는 듯 나를 또렷하게 쳐다보고 있는 신기한 사진 작품 앞에서 나는 한참이나 사진작가의 고뇌를 떠올리며 머뭇거렸다.

참, 사진 한 장이 주는 예술적 감동이 이다지도 큰 여운을 남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간 시간은 오전 11시 50분쯤인데 이날 오후 3시에 오픈식을 한단다. 나는 애석하게도 “계룡산상신농촌체험휴양마을 센터”에 한남대학교 KUSA 동문들 40여명이 두부체험과 바비큐 체험을 온다고 해서 급히 그 자리를 떠나야 했다.

그러나 오랜 여운으로 내내 행복했다.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최근태 사진작가는 아마도 오랜 시간 동안 “햇빛속으로 자연속으로 들어가 일을 하고 해가 저물면 하루치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갈데 없는 농부라 그것도 최상의 농부/쉬는 날이나 빛이 없는 밤에도 편안히 쉬는 법 없이 컴퓨터와 전등불 종이 삼고 연필 삼아 사진을 들여다 보며 골똘히 생각하며 세상에는 없는 세상을 꿈꾸니 갈데 없는 시인이라 그것도 최상의 시인”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최근태 사진작가가 밤낮없이 흙과 연애하는 농부처럼 밤낮없이 종이와 씨름하는 시인처럼 자신의 사진 작품에 열과 성을 쏟으며 “물의 결”이라는 위대한 자연을 “인간 세상에 펼쳐 보이는” “천기누설“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의 사진 작품 앞에 그가 제목을 단 “미 화려하고 사랑스러운 결”처럼 그가 추구하고 있는 사진 작품의 세계는 아마도 아름다우면서도 화려하고 사랑스러운 물의 결을 인간이 함께 공유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2017년 3월 25일 토요일, 공주문화원 최근태사진전 “물의 결” 전시장에서 최근태작가님과 필자가 작품 앞에서 한컷
 

천기누설 -최근태 사진작가님

나태주

사진기 연장 삼아
해뜨면 일어나
햇빛속으로 자연속으로 들어가
일을 하고
해가 저물면 하루치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갈데 없는 농부라
그것도 최상의 농부

쉬는 날이나 빛이 없는 밤에도
편안히 쉬는 법 없이
컴퓨터와 전등불 종이 삼고 연필 삼아
사진을 들여다 보며
골똘히 생각하며
세상에는 없는 세상을 꿈꾸니
갈데 없는 시인이라
그것도 최상의 시인

사람들 몰래 숨겨놓은
하나님 뜨락을 거닐고
사람들 몰래 감춰놓은
하나님 비밀을 훔쳐내는 이
그것을 가져다 인간 세상에
펼쳐 보이는 이
천기누설이라!

한번은 이슬의 보석잔치 보였거니
이번엔 무엇을 보여주려나?
무궁무진 비밀의 상자
사진기 만에 숨겨진 판도라 상자
열려라 피어나라 이번엔 무엇일까!

2017 신춘, 나태주 짓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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