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스토리텔링 작가/ 원광대 대학원 문화콘텐츠전공 교수)

어느 날, 느닷없이 닥쳐 온 “봄” 때문에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나는 문득 초대장 한 장을 받는다.

춘삼월...
계룡산 귀퉁이
아랫마을 하신리 마당 길다란집
우여곡절로 맞은 104번째 봄
2017년 3월 3일 금요일 오후 세시
그 삼삼한 잔치에
봄이 급한 당신을 초대합니다.
- 장은수 -

몇 달 전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예술공학 교수로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인 나의 큰오빠가 프랑스 파리에서 오랫동안 같이 사귀었던 김선태 화백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가 사는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바로 아랫마을인 하신리에 와 있다는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급히 내려갔더니 하신리 마을회관 뒤에 “Merci”라는 작은 간판이 하나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직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예쁘게 꾸며진 홍차 전문점이었다. 나는 그날 “장은수”라는 “그녀의 삼삼한 Tea 콘서트”를 위한 리허설에 참여했다.

윈난의 봄 향기를 전해줄 '보이홍차’
꽃네풀네의 ‘목련, 생강나무꽃차’
영국 황실의 'FORTNUM & MASON의 QUEEN'S BLEND TEA'
Merci 블랜딩 티 ‘몽유화원’
파파 헤밍웨이의 ‘크리스탈 마운틴’
고흐가 사랑한 ‘예멘 모카 마타리’

참, “스토리텔링”을 홍차에 잘 적용한 좋은 예이다.

그녀는 “메르시”라는 이 홍차전문점을 차리기 위해 100년이 넘은 집을 사서 뜯고 고치느라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나는 2017년 3월 3일 오후 3시에 어머니를 모시고 아직도 내 혀가 기억하고 있는 꽃향기를 다시 마시러 이곳 “메르시”를 찾았다.

드디어 오후 세시, “삼삼한 봄날 104년 하신리 이 터에 쌓이고 쌓인, 한낱 실날같달지 한많은 業 같달지 한 살을 그녀의 손끝을 빌어 풀어 보내고합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김란의 살풀이”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몽유화원”을 주제로 전시된 이희춘 화백의 그림 앞에서는 바리톤 조병주의 “서시”, “시간에 기대어”, “베사메무초” 등 실로 다양한 바리톤 공연이 이어졌다.

뭐랄까. 여럿이 함께라면 왜 그런지 올 해 3월의 봄은 외롭지 않을 것 같다는 위안을 받았다고나 할까.

그런 기분으로 그 집을 나오면서 나는 앞으로 공주 계룡산 귀퉁이에서 이런 하우스 콘서트들이 많이 펼쳐지길 이 화창한 봄날, 꿈꾸어본다. 
 

<2017년 봄 3월 3일 금요일 오후 3시, 공주시 반포면 하신리 Gallery Tea house - Merci 오픈식에서 열린 “그녀의 삼삼한 Tea 콘서트” 공연 장면>

<그녀의 삼삼한 Tea 콘서트>

우여곡절 끝
아홉수를 맞아 104년이 된 민가에서 열릴
생에 삼삼한 봄 잔치의 주제는 ‘꽃’입니다.
누군가에게 어여쁜 ‘꽃’이었고,
오늘 여전히 고운 ‘꽃’이며
언제나 늘 아름다울 ‘꽃’일
그대와 나 ‘은수’는
2017년 봄 3월 3일 금요일 오후 3시 ‘Merci'에서
이렇게 또 꽃같이 삼삼한 緣을 짓습니다.

-누군가의 생에 퍽 삼삼했던 봄 어느날로 남기를 바라며 ‘Merci'의 여자 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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