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의 새해 동지와 입춘, 신정과 구정

석하 소재학 동양 미래예측학박사/ 하원정미래학회장 www.hawj.co.kr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대학교 미래예측전공 주임교수

아직 2016 병신(丙申)년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어느덧 2017 정유(丁酉)년 새해도 달력 한 장이 바뀌어 벌써 2월을 지나고 있다. 이제는 신정 구정 다 지나고 입춘까지 지나 정말로 2017년 정유년이다. 

동양의 전통 사상에 의하면 세상의 모든 원리는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등의 완전수 삼(三, 3)과 오행(五行)의 오(五, 5)가 기준이 되고, 인지되는 현실 세상은 음양의 이(二, 2)와 사방과 사계절의 사(四, 4)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 보니 해가 바뀌어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는 새해도 어찌 보면 2개, 어찌 보면 4개가 있다.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면 두 개요, 전문가의 시각으로 보면 네 개이다.

첫 째, 새로운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양력 12월 22일 무렵의 동지(冬至), 둘째, 관공서부터 현실의 세상이 2017로 바뀌는 1월 1일 신정, 셋째, 떡국을 통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음력 1월 1일의 구정, 넷째, 띠가 바뀌며 사주팔자가 바뀌는 양력 2월 4일의 입춘(立春) 이렇게 4개의 새해가 있다.

이를 음양의 2원론으로 구분해보면, 양력을 기준으로 하는 신정과 음력을 기준으로 하는 구정 설날이 음양 2원론이요,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와 길어진 해의 기운을 받기 시작하는 입춘이 음양 2원론에 해당한다.

동지와 입춘을 사람의 출생에 비유하면 동지가 입태(임신)에 해당하고, 입춘은 출생에 해당한다. 태어나야만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 혹은 사람으로 인정받지만, 이미 그 시작은 입태 부터 인 것이다. 또한 임신으로부터 하나의 삶이 시작되지만, 출생이 되어야만 제대로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동지부터 해가 길어지지만, 입춘이 되어야 진정한 새해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해마다 양력 2월 4일에서 5일에 오는 입춘(立春)이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에 해당한다. 이제는 입춘까지 지났으니 정말 2017년이다. 2016년은 병신(丙申)년으로 잔나비 띠이고 2017년은 정유(丁酉)년으로 닭띠에 해당한다.

양력 2017년 2월 1일에 태어났다면 통상적으로 닭띠로 생각 할 수 있지만 아직 입춘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주팔자 기준으로는 닭띠가 아니라 잔나비띠가 된다. 즉 양력 1월 1일인 신정이나 음력 1월 1일인 구정에 관계없이 입춘이 지나야 바뀐 새해가 적용된다.
 
해마다 이렇게 새해의 음력 정월(1월), 양력 2월이 되면 입춘을 맞이하며 봄이 오기를 기다리지만 현실은 아직 동장군의 기세를 이겨내지 못하여 따뜻한 봄날과는 거리가 멀다. 보통 이러한 추위는 2월을 지나고 때로는 3월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보니 이러한 경우를 빗대어 봄이 오기는 했는데 전혀 봄 같지가 않다는 뜻으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하기도 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과 중국 4대 미인 - 서시와 초선, 양귀비와 왕소군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에는 ‘미모에 빠져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잊어버렸다.’하여 침어(浸魚)라 불리는 서시(西施)와 ‘달이 부끄러워 얼굴을 가렸다.’하여 폐월(閉月)이라 불리는 초선(貂蟬), ‘꽃이 부끄러워 잎을 말아 올렸다.’하여 수화(羞花)라 불리는 양귀비(楊貴妃)와 함께 중국의 4대 미인 중 하나로 꼽히는 낙안(落雁) 왕소군(王昭君)에 대한 일화가 담겨있다.

중국 한나라 원제 때 전국 각지에서 아름다운 궁녀들이 선발되어 입궁하였는데 이때 18세의 재주가 많으며 꽃다운 왕씨 성의 궁녀가 있었다. 황제는 수천 명 궁녀들을 모두 알 수 없었기에, 황실의 화공(畵工) 모연수(毛延壽)에게 궁녀들의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 대부분의 궁녀들은 화공에게 예쁘게 그려달라고 뇌물을 바쳤으나, 오직 왕씨 궁녀만은 집안이 가난하기도 하고 더 예쁘게 보일 필요도 없기에 뇌물을 바치지 않았다. 모연수는 이를 괘씸하게 여겨 그녀의 용모를 볼품없게 그린 다음 얼굴 위에 점까지 찍어 버렸다.

황제의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채 수년이나 지난 어느 날 흉노(南匈)의 선우(單于: 왕) 호한야(呼韓邪)가 많은 공물을 가지고 와서 원제에게 문안을 올리며 황제의 사위가 될 것을 청하였다. 황제는 기뻐하며 아직 총애를 받지 못한 궁녀를 불러 호한야에게 술을 권하게 하였다. 호한야는 그 궁녀 중 절세미인인 왕소군을 보고 한눈에 반해 황제에게 공주 대신 후궁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다시 청하였다. 황제도 내심 공주를 보내는 것보다 궁녀를 보내는 것이 덜 번거롭다고 생각하여 흔쾌히 승낙하며 마음에 드는 궁녀를 고르도록 하였다. 호한야는 즉시 왕소군을 골랐다. 황제가 왕소군을 보니 정말 한 떨기 방금 피어난 꽃 같은 천하절색이었다. 황제역시 절색의 왕소군을 보는 순간 첫눈에 반했지만, 이미 약속을 했으니 돌이킬 수는 없었다.

황제는 어찌 저렇게 아름다운 궁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지 확인하고자 궁녀들을 그린 화첩을 살펴보니 왕소군의 초상화는 실물보다 형편없이 그려져 있고 얼굴에 점까지 찍혀 있었다. 진상을 조사해보니 화공 모연수가 뇌물을 바치지 않은 왕소군을 밉게 그려놓은 것이라는 것이 확인되어 진노한 황제는 결국 모연수를 참수하게 된다.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 - 오랑캐 땅에는 꽃도 없고 풀도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황제는 안타까운 마음을 억누르고 공주 대신 흉노로 시집가는 왕소군에게 ‘소군(昭君)’이라는 칭호를 내렸다.

왕소군이 흉노 선우를 따라 정든 고국산천을 떠나는 슬픈 마음을 달랠 길 없어 비파 연주를 하였는데, 날아가던 기러기가 이 비파소리를 듣고 왕소군의 절색 미모에 빠져 날갯짓하는 것도 잊고 바라보다가 땅에 떨어졌다. 이렇게 왕소군의 미모에 빠져 기러기가 떨어졌다하여 이때부터 왕소군에게 "낙안(落雁)"이라는 별명이 생겼다고 한다.

왕소군이 마음을 달래며 중원을 떠날 때는 이미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날이었는데 오랑캐 땅인 변방에 도착해 보니 봄날의 따뜻함은 간데없고 찬바람만 불고 있으니 이때의 쓸쓸한 심정을 담아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이라 하여 “오랑캐 땅에는 꽃도 없고 풀도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라는 시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입춘지절(立春之節)을 지나며 우리 대한민국에도 그간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모든 문제를 훨훨 털어버리고 모두가 함께 화합하는 가슴 따뜻한 봄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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