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문화관광해설사로서 공산성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이른 아침, 출근을 하자마자 ‘아름다운 60대’라고 쓰여 진 빨간 티셔츠를 모두 입은 관광객들이 해설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모두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지만 모두가 밝은 표정들이다.

나는 반갑게 인사를 하고, 금서루에서 간단히 해설을 하고는 이내 공산정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은 전망이 탁 트이고, 흘러가는 강물과 더불어 경치가 아름답기 때문에 모두가 좋아한다.

요즘 들어 나의 역사 해설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동안 십 년이 넘게 관광객들을 만나 해설을 하면서 느껴보니 역사 해설을 길게 할 필요가 없다.

안내판 수준을 약간 웃도는 정도의 해설에, 감성적인 단어를 섞어가며, 관광객들이 힐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우리도 어디 가서 길게 설명하는 역사 이야기를 다 기억할 수는 없지 않은가.

 공북루에서는 역사 가지치기로, 충청도 관찰사를 지냈던 사육신 박팽년의 이야기와 그 분이 금강을 예찬한 시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충청 제일의 갑부였던 김갑순과 그의 사돈 김윤환에 관련된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하니 반응이 매우 좋았다. 이렇게우리는 약 한 시간 반 정도 다니며, 매우 즐겁게 답사를 했다.

마침내 해설이 끝나고 나서 이 분들에게 티셔츠의 글귀가 참 마음에 든다고 하면서 모두가 60대 신가 물어보니 현재는 모두 70세가 넘었다고 하는 것이다.

다만 이 모임을 60대에 결성을 했고, 저 세상에 가기 전까지 60대의 마음으로 살기로 해서 이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고 말해 주었다.

이 분들은 부부 팀으로 전국 투어를 하고 있었다. 참으로 보기가 좋았다. 나는 그날 만났던 그 팀을 지금도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으로 기억 하고 있다.

내가 노년의 팀으로 아름답게 기억하는 팀이 또 있다. 정읍에서 오신 분들이다. 이 팀은 투어 요청을 해서 하루를 같이 다녔다.

이 팀의 회장님 연세가 87세이신데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하셨다고 했다. 이 분은 젊은 사람 못지않게 다리가 짱짱하고 얼마나 점잖으신지 참 멋지게 보였다.

이 분을 보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팀 역시 현업에서 퇴직 후 모임을 결성하여 전국 투어를 다니고 있었다. 거의 100군데를 다녔다고 하니 대단한 팀이다. 팀원들도 모두 점잖아서 아주 즐거운 투어를 했다.

다만 이 팀은 부부가 같이 온 집은 몇 가족 없고, 주로 남자들 위주여서 조금 아쉬웠다. 나는 이 두 팀을 보면서 나도 남편이 퇴직을 하면, 버스 한 대 정도 되는 인원으로 팀을 만들어서 전국 투어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가 좁은 땅덩어리라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안 가본 곳이 많기 때문에 죽기 전에 가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이런 팀이 있는 반면에 간혹 노인들 때문에 힘든 경우가 있다. 며칠 전의 일이다. 그 날은 온 종일 투어를 해야 하는 팀이 있었다.

투어를 할 때마다 생각하는 일이지만 이번엔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할까 하고 궁금했다. 버스에 올라보니 이번 팀은 4 살배기 유아부터 8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나이 폭이 매우 넓다. 이런 팀은 해설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나는 어른들의 양해를 얻어 어린이에게 초점을 맞추어서 해설을 하기로 했다.

해설을 하기 전에 오늘의 주의 사항을 신신당부하며 알려줬는데 첫 번째가 팀에서 절대 이탈하면 안 된다고 부탁을 하고 또 했다.

그전에도 이 투어는 몇 분의 노인들 때문에 너무나 힘이 든다고 다른 해설사 분들이 말해 주어서 얼마나 힘든가는 미리 알고 있었다. 우선 통제가 가장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도 그 날은 다행히 관광객들이 잘 따라주어서 재미있게 안내를 했다.

그런데 문제는 마지막 코스인 한옥 마을에서 발생했다. 최종 인원 점검을 해보니 노인 한 사람이 없는 것이다. 참으로 난감해서 그 분에게 전화를 해보니 팀에서 이탈한 뒤 우리 팀을 만나지 못해 차를 타고 집으로 가버린 것이다.

그 분은 오히려 자기를 챙기지 않은 내게 화를 내고 있었다. 그 노인과의 전화 통화를 듣던 우리 관광객들이 그 분의 무례함에 화를 내면서, 마음 상했을 나를 위로해주었다. 나도 해설사 십여 년 동안 투어 경험이 수백 번인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참으로 황당했다. 아무리 봉사라지만 내 기분도 완전히 말이 아니게 되었다.

투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름다운 노년과 추한 노년을 생각했다. 요즘의 세태는 노인을 공경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든 노인을 보면 문젯거리라는 인식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수명이 늘어나다보니 문제가 되는 노인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점점 더 심해질 것은 뻔하다.

문제는 노인들도 책임이 많이 있다. 특히 무례한 행동이 문제이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한 행동은 생각지 않고 오히려 젊은 사람의 잘못으로 밀어붙이는 이런 일들은 없어야 할 것 같다.

나도 얼마 안 가 노인의 대열에 들어가는 나이가 된다. 노인의 대열에 들어선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늘 생각하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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