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근 대 사 회


 


'발칸' 이란 유럽 대륙 남쪽에 있는 3대 반도1) 가운데 가장 동쪽에 있는 반도의 이름입니다.

발칸반도와 불가리아의 주산맥 이름이기도 한 발칸(Balkan)은 터키말로 ‘산이 많은 녹색의 땅’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발칸반도는 여러 민족과 종교가 함께 공존하는 곳으로 현재 발칸반도를 구성하고 있는 나라로는 그리스, 루마니아, 마케도니아, 보스니아ㆍ헤르체고비나, 불가리아, 슬로베니아, 알바니아, 유고슬라비아, 크로아티아 그리고 2008년 2월 17일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가 있습니다.. 그러나 코소보는 세계 대부분의 나라로부터 독립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미국, 한국 등은 국가로 인정)

이곳의 종교는 1천년에 가까운 동로마제국(비잔틴제국)의 지배 아래서 그리스정교(동방정교)가 중심 종교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오스만투르크제국(터키)의 400년 동안의 지배로 이슬람교가 전파 되었고, 오스트리아ㆍ헝가리 제국에 의해 지배되었던 곳에서는 로마카톨릭교까지 함께 뒤섞여 있으며, 민족 또한 그리스인과 슬라브인, 이슬람교도 등 다양한 종족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지역입니다.

이곳 '발칸'이란 지명이 우리에게 각인 된 시점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으며 불과 200년 전만해도 오스만투르크제국(터키)이 비잔틴제국(동로마제국)의 정복(1453)으로 얻은 '유럽의 터키'로 인식되었습니다.

세계의 분쟁지역 중 한 곳인 발칸반도의 지정학[geopolitics]적 특성을 살펴보면 영토 정복을 위해 제국들이 동, 서로 진출 할 때 반드시 거쳐야할 전략적 요충지로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징검다리 위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까닭으로 고대로부터 동로마제국, 동방의 훈족, 십자군전쟁의 기독교인의 침략, 몽골의 칭기즈칸, 터키의 오스만제국 등 끊임없는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되었으며 수세기동안 이어져온 이방인들에 의한 침략과 지배는 발칸반도에 다양한 종교와 민족이 서로 뒤섞이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현재 전 세계의 국가 수는 약 200개라고 합니다. '나라'즉 진정한 '국가'가 되려면 첫째, 경계선이 분명한 ‘영토’와 둘째, 다른 나라로부터 간섭받지 않는 ‘주권’과 셋째, 그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이 모든 국가들이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예전에도 다 존재했을까요?

대답은 아닙니다. 18세기 말(11700년대 말)까지 이 지구의 독립 국가, 즉 나라다운 나라는 약 20개 정도가 존재했다고 합니다. 현재의 수많은 국가가 독립된 국가로서 존재한 것이 아니라 거대한 제국의 지방 도시쯤으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즉 대부분의 지역은 제국의 침략으로 사라지거나, 주변국과 합쳐지기를 반복하면서 국경이 계속 변하였고, 뚜렷한 국경의 개념도 지금과 같지 않아 같은 종족끼리 무리지어 살기 좋은 곳으로 옮겨 다니면서 다른 종족과 별 무리 없이 섞여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국 간에 식민지 쟁탈 경쟁이 붙으면서 자기들끼리 전쟁이 붙게 될 상황이 되자 서로 전쟁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정복한 식민지를 네 것 과 내 것으로 구분 짓기 위한 금을 긋게 되는데, 그 경계선이 원래 종족들이 살고 있는 주민의 뜻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침략자들의 편의에 따라 군사분계선을 긋게 됨으로써 분쟁의 불씨를 심게 되었습니다. 

제국 간에 멋대로 그은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한 종족이 둘, 셋으로 나뉘어 각각 새로 탄생한 독립국의 주민으로 나뉘게 되었고, 새로 탄생한 나라에서 중심 종족이 되면 별 문제될 것이 없으나 소수민족으로 전락하는 경우 차별에 대항해 분리 독립을 요구하게 되는 갈등과 분쟁의 원인이 잉태된 것입니다.

언어와 종교, 민족, 문화가 다른 종족이 서로 뒤엉켜 갈등을 빚다가  민족의 독립과 뒤엉킨 영토문제 등으로 폭발하자 (예,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청년의 오스트리아 대공 부부를 암살한 사라예보 사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의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즉 '한 민족에 하나의 국가' 원칙이 선언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식민지 침략자들이 그어놓은 경계선 안에 여러 민족이 실타래처럼 서로 뒤엉켜 있고, 같은 민족 안에서도 종교가 서로 대립되어 명확한 해답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오늘날까지도 발칸반도는 민족과 종교, 문화적 갈등으로 끊임없는 증오와 보복이 있었으며 그 불씨가 여전히 잠재되어 있는 현실입니다.

 

1. 비 포 더 레인(Before the Rain, 1994)

2. 율리시즈의 시선 (Ulysses' Gaze, 1995)

3. 노 맨스 랜드 (No Man's Land, 2001)

4. 에너미 라인스 (Behind Enemy Lines, 2001)

 ▣ 관련동영상 : (지식채널ⓔ 395편 그르바비차 )


http://tvpot.daum.net/clip/ClipViewByVid.do?vid=5rRrO3oEivc$ 

5. 그르바비차 Grbavica, 2005, 보스니아

▪장르 : 드라마

▪감독 : 야스밀라 즈바닉

▪출연 : 미르야나 카라노빅(에스마 역), 루나 미조빅(사라 역), 케난 카티크(사미르 역), 야스나 베리(사비나 역)

▪관람등급 : 15세 이상

▪영화 속 명대사 : I had forgotten that there was anything beautiful in this world.

난 이 세상에 있는 건 모두 아름답다는 걸 잊고 살았었어요. (에스마)


▪줄거리 : 미혼모 에스마는 딸 사라가 삶의 가장 소중한 부분이다. 에스마는 시내의 한 클럽에서 일하면서 부업으로 재봉일도 하고 있으나 사라의 수학여행비를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어려운 가정형편이다. 아버지가 전쟁 영웅인줄 알고 있는 사라는 에스마에게 아버지에 대해 묻고 에스마는 ‘넌 나를 닮았어’라고 말하며 단지 머리카락이 아버지와 같다고 얘기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라의 학교에서는 부모가 전쟁으로 부상을 당했다면 수학여행 경비가 할인이 된다고 방송한다. 아버지가 적에 대항해 순교했다고 믿고 있는 사라는 자신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알지 못한 채  증명서를 떼 달라고 조르는데 …

2006년 제56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영화 ‘그르바비차’(Grbavica)’는 보스니아 출신 여성감독 야스밀라 즈바니치의 데뷔작으로 보스니아 내전에서 성폭력을 당해 아이를 낳게 된 한 여인의 아픔을 담고 있습니다.

▪ 관람 포인트 : 이 영화는 발칸반도의 보스니아 내전과 관련한 영화이나 전투장면 없이 전쟁이 남긴 후유증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르바비차가 위치한 발칸반도의 민족, 종교, 문화 등과 관련해 정보를 갖은 후 관람을 한 다면 내용이 더 흥미롭고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 영화로 읽는 세계사 :  영화 속 배경은 발칸반도에 위치한 보스니아ㆍ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로 전쟁(보스니아내전 1992~1995)이 끝 난지 10여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처참했던 내전 당시의 흔적이 파괴된 건물의 잔해 속에, 사람들의 마음속 그리고 생활 곳곳에 상처로 남아 있는 곳입니다. 

발칸이라는 지명이 낯설어도 보스니아ㆍ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는 우리에게

① 세계사 시간에 한 번쯤 읽혔을

- 1914년 세계 제 1차 대전 촉발의 계기가 된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청년에 의한 오스트리아 왕위계승자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 부부암살사건

② 구기 종목에서 처음 세계대회 우승으로 온 나라를 탁구열기로 몰아넣은

-1973년 정현숙·박미라와 함께 여자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크게 활약한 이에리사의 제32회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③ -1984년 제14회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등으로 귀에 익어 아주 낯설기만 한 지명은 아닙니다.

사라예보는 발칸반도에 위치한 보스니아ㆍ헤르체고비나의 수도로서 서쪽으로 크로아티아, 동쪽으로는 유고슬라비아와 국경을 접하며 1990년 탈냉전 이후 이슬람교도, 세르비아인, 크로아티아인 간의 문화·종교적 차이로 민족갈등이 폭발하여 발칸반도에 인종청소라는 피바람을 불러일으킨 보스니아내전(1992~1995)이 있었던 가슴 아픈 사연으로 다시 우리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보스니아 내전이 있던 당시 세계의 지도자는,

한국 ‘92, '93 노태우, '94, '95 김영삼 대통령

미국  '92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93, '94, '95  빌 클린턴 대통령

프랑스 ‘92~’95 미테랑, '95 자크 시라크 대통령

영국 ‘92~'95 존 메이저 총리 

독일 ‘92~’95 헬무트 콜 총리

일본 ‘92~’93 미야자와 기이치, ‘93~’95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였으며 그 당시 상영된 영화는,

‘92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박종원-홍경인) / 흐르는 강물처럼(브레드 피드)

‘93 서편제(임권택-김명곤, 오정해) / 쥬라기공원(스티븐 스틸버그)

‘94 태백산맥(임권택-안성기, 김명곤) / 여왕 마고(이자벨아자니)

‘95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박광수-문성근, 홍경인) / 러브 레터(이와이 슌지)

가 있었습니다.


발칸반도의 보스니아ㆍ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의 ‘보스니아 내전’은 발칸의 지역적 특성인 민족, 종교, 문화적 갈등이 가지고 있는 분쟁의 씨앗이 표출 된 것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래 유럽 땅에서 일어난 가장 큰 전쟁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요시프 티토(1892~1980년)가 다스리던 발칸반도의 유고연방은 티토의 뛰어난 카리스마와 다민족 통합정책으로 정치적 안정을 이뤘으나 1990년대 초 소련이 붕괴되면서 유고연방도 5개의 작은 공화국(보스니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마케도니아)으로 쪼개지는 과정에서 1992년부터 1995년까지 보스니아 회교도와 가톨릭계인 크로아티아 연합세력 대 세르비아정교를 믿는 세르비아계 사이의 내전에서 25만 명쯤이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3년 반 동안의 보스니아 내전은 대량난민, 인종청소(ethnic cleansing), 유엔보스니아평화유지군과 나토군의 군사적 개입 등과 보스니아 전역에서 2만 명에 이르는 무슬림 여인들에 대한 집단 강간이 자행되었으며 성폭력으로 임신한 여인들이 중간에 낙태를 할 수 없도록 수용소에 가두어 놓았다고 합니다.

영화 ‘그르바비차’는 이러한 수용소가 위치한 보스니아ㆍ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의 한 지방도시의 지명이기도 합니다.

2009. 8. 15 ~ 8. 26 12일 동안 주마간산 [走馬看山] 격으로 현재의 발칸을 둘러보았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인상 깊게 남는 발칸의 이미지는 붉은 색 지붕과 벽돌로 이루어진 집들이 푸른 녹지와 어울려져 세계 전쟁의 화약고라는 인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림 같은 풍경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슴 뛰었던 곳은 제1차 세계대전의 계기가 되었단 보스니아의 세르비아 청년에 의한 오스트리아 대공부부의 암살 장소와 보스니아 내전 당시 나토의 공습에 의한 바르셀로나 중심 건물의 공습 현장 이었습니다.

역사의 매력은 사건의 전ㆍ후에 대한 정보로 그 당시의 사람, 사회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세계사시간에 배웠던 사건을 직접 역사적 현장에서 떠올려 보니 더욱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 발칸의 산하에 옹기종기 모여 무리를 이룬 붉은 색 지붕


▒ 매력적으로 깔린 터키식 돌길


▒ 루마니아 _ 드라큘라 성

  

▒ 세계에서 단일 건물로는 미국의 펜타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궁전


▒ 비교적 타종교에 너그러웠던 그리스정교(동방정교)

로마카톨릭교의 십자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가로에 비해 세로가 긴 형태이고 그리스 정교는 사진에서와 같이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동일하게 보입니다.

 

▒ 보스니아 _ 건물마다 심심치 않게 보이던 발칸반도의 참상


▒ 세르비아 _ 나토 공습 파괴 현장


▒ 세르비아 - 기원전 4세기 켈트시대부터 베오그라드의 성곽이었던 ‘칼레메그단 요새’안은 베오그라드 수도에서 가장 큰 공원으로 조성되었으며 군사박물관이 위치해있습니다. 아래 사진의 ‘파르티잔’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티토와 공산당원들의 지휘 하에 추축국(연합국의 반대 동맹파_독일, 이탈리아, 일본)과 왕당파 저항군인 체트니크(Chetnic)를 상대로 싸운 유고슬라비아 유격대의 대원으로 우리나라에는 ‘빨치산’이라는 발음으로 전해 졌습니다.


▒ 세르비아 - 사바강과 다뉴브 강(도나우 강, 독일)이 서로 물길을 트는 곳



▒ 발칸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동묘지의 특징은 가톨릭의 검은색 비석과 이슬람의 흰색 비석 그리고 개신교와 무교도들의 묘지까지 함께 어울려져 이 지역의 복잡한 종교문제를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뒤엉킨 종교가 갈등의 한 원인이 되었겠으나 앞으로는 타종교에 대한 익숙한 시선이 종교적 화합을 이뤄 세계의 평화를 주도할 인물이 보스니아에서 출현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아드리아 해안 _ 이탈리아 반도와 발칸반도 사이


▒ 차창 밖으로 스치는 집집마다 어떤 형태로든 정원이 있었으며 알록달록한 꽃으로 꾸며져 있어 그 자체가 한 장의 그림엽서로도 손색이 없는 곳



1) * 이베리아 반도(Iberian Peninsula) 유럽의 남서부 끝에 있는 반도, 에스파냐, 포르투갈

  * 이탈리아 반도 유럽 대륙 남부, 지중해로 튀어나온 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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