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섭 기자의 라오스 여행기-1

라오스는 2008년 뉴욕타임스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나라 1위로 선정됐다.

얼마나 좋으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나라’로 선정될까? 이후 라오스는 이 수식어에 힘을 입어 전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2년 전 나는 우리 8남매가 해마다 떠나는 가족여행지로 라오스를 추천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항공편에 대한 불편 때문이었다. 라오스에 가는 비행기는 저가항공편밖에 없다 보니 좌석이 불편할 것을 우려해 큰누나가 꺼려해 베트남으로 갔다.

라오스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노선이 개설돼 있지 않으니 내가 어찌할 수는 없는 일. 연세가 많은 분들이 여행을 하게 되면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 첫 번째가 장시간 비행이다. 무릎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어르신들에게는 장시간동안 비행기를 타야하는 미주나, 유럽노선은 거의 추천을 하지 않는다. 우리 가족도 유럽여행은 어렵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연세드신 분에게 있어 장시간 비행은 그야말로 쥐약.

나는 8남매의 막내이고, 큰 누나와는 20여년의 나이차이가 나니 그림 같은 유럽의 풍경을 보여드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동남아, 중국 등에서 여행지를 선택하게 된다. 서글픈 일이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여행은 한 살이라도 더 덜 먹었을 때 가야 한다.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 나니”라는 민요가 저절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라오스를 가지 못한 것이 몹시도 아쉬웠다. 라오스에 가서 물에 풍덩 빠져도 보고, 짚 라인을 꼭 타보고 싶었다.

하고 싶은 것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을 지닌 나는 기어코 지난 11월 23일부터 27일까지 3박 5일의 일정으로 라오스를 다녀왔다.

좋은 사람들과 여행을 함께 떠나는 것은 천국을 함께 가는 것만큼이나 즐겁다. 11월 23일 출발과정에서 다소 예상치 못했던 일이 있었지만, 우리는 비행기를 5시간 40분을 날아 무사히 비엔티엔에 도착했다. 저가항공의 특징은 기내식서비스가 없다는 것. 각자가 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책이 필요하다.

 

여행 둘째 날인 24일 우리는 비엔티엔에서 가장 오래된 왓 씨 사켓을 방문했다. 왓 씨 사켓은 사원을 들어가기 전 가이드가 복장검사를 실시한다. 너무 노출된 옷을 입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들의 경우 반바지 차림을 해서는 안 된다. 스님들의 수행에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해서 그런다고 한다.

 

오죽하랴. 이성을 보면 끌리는 것이 사람의 본성인데, 그걸 참아 가며 수행을 하고 있는 스님들에게 여성의 맨다리가 보이면 흔들리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관광객들이 너무 우려할 일은 아니다. 사원에서 치마 같은 천을 빌려주기 때문이다. 그걸 두르면 되는데, 몸매가 되는 여성은 그 치마를 입으면 바로 멋진 스타일이 완성된다.

비엔티엔의 왓 씨 사켓(Wat Si Saket)은 전쟁에서도 피해를 입지 않고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유일한 사원. ‘왓’은 ‘사원’이라는 의미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19세기 초 씨암과의 전쟁으로 수도인 비엔티엔이 함락되었을 때 점령군의 지휘관이 이곳을 보존하기 위해 머리를 써서 왓 씨 사켓을 본부로 사용했고, 이 때문에 이곳만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다고 한다.

 

 

가장 오래된 사원인 이곳에는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만들어진 다양한 불상들이 보존되어있어 이곳을 ‘불상 박물관’ 이라고 하는데, 불상들을 모두 합치면 거의 1만 여개가 된다고 한다. 세어보진 않았다.

 

 

여기에는 남자 부처님 불상과 여자부처님 불상, 머리가 없는 불상, 눈에 박힌 보석을 빼 가는 바람에 눈이 사라진 불상 등 훼손된 불상이 많다.

 

 

이 사원에 있는 불상가운데 세 번째 만나는 여자부처님에게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불상들이 하도 많아 헷갈렸다. 여자 불상은 유두에 세 개의 선이 드러나 있다.

 

 

또한 이 사원에는 치지 않고 손으로 쓸어내리듯 만지면 울리는 종이 있는데, 그렇게 하는데도 제법 울림이 커서 신기한 느낌이 들게 했다.

 

 

호 파 깨우(HO PHRA KEO)

왓 파 깨우는 1565년 왕도를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안으로 옮길 때 에메랄드 불상을 모시기 위해 지은 왕실 사원이었으나, 1779년 태국 샴 왕국의 침입 때 건물이 소실되고, 에메랄드 불상도 약탈당했다고 한다.

에메랄드 불상이 있을 때 이 사원은 ‘왓 파 깨우’라고 불렸는데, 지금은 ‘호 파 케우’라고 불린다. 사원이 아닌,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왕실 불교사원에서 약탈당한 에메랄드 불상은 지금 태국의 국보 1호로 지정되어 방콕의 왕궁사원에 전시되어 있어 라오스 사람들이 분통해 하고 있다. 원수 같은 나라가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게도 그런 얄미운 나라가 옆에 있지만.

빼앗긴 문화재가 남의 나라 국보1호로 지정돼 전시되고 있으니 얼마나 억울하랴. 라오스 국민들이 태국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운데 하나다.

지금의 호 파 깨우 건물은 1936년 프랑스에 의해 복원, 왕실의 여러 불교행사를 치렀으나,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내부에서의 사진촬영은 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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