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경 (스토리텔링 작가/ 전주대 연구교수)

내가 지금 “충남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190-1(상신초등학교 자리)”에 살게 된 계기는 바로 “기호학술”과의 깊은 인연 때문이었다.

2014년 11월 8일, 이곳 계룡산상신농촌체험휴양마을 센터에서 열린 “기호학술 포럼”에 참석했다가 고주환 대표가 “공주시 특히 상신마을을 중심으로 기호학술의 정신적인 터전을 만들어 보자”라는 의견에 적극 동의했기 때문에 여기에 정착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나는 퇴계 이황을 중심으로 주로 안동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영남학파”와 사상적 논쟁을 벌인 소위 율곡 이이를 중심으로 하는 “기호학파(기호지방인 경기, 황해, 충청, 호남 일원에 거주한 학자들의 학파)”의 사상적 기반은 바로 예학의 완성을 이룬 사계 김장생을 중심으로 그의 아들 신독재 김집과 그의 제자들인 우암 송시열, 초려 이유태, 동춘당 송준길 등 뛰어난 충청의 인물들에 의해 비로소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럼, 그 당시 모두 공주목(公州牧)에 속했던 지역에서 활동했던 이들은 사실상 지금 계룡산을 중심으로 하는 공주시를 비롯하여 대전시, 세종시, 계룡시, 논산시 등을 모두 아우르는 충청도 그것도 지금의 충청남도 공주시를 중심으로 그 사상적 기반이 이루어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들이 활동한 지역 이름을 따서 요즘, 소위 “충청유학”이라고 부르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기호학파”의 중심세력이 활동한 충청지역을 “충청유학”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다.

하여간 나는 충청지역에서 활동한 “기호학파”의 거두(巨頭) - 사계 김장생의 후손인 광산(光山) 김가(金哥)이다.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문학을 전공한 인연으로 “기호학파”에 남다른 관심을 쏟고 있던 터에 나는 사계 김장생의 고택을 지척에 둔 이곳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에 지금 자리를 잡고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충청유학”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충남역사문화연구원(원장 장호수)”에서 “충남역사박물관” 안에 있는 “성삼문 요여” 앞에 키오스크 구현을 위한 스토리텔링을 의뢰해 왔다.

사실, “성삼문”이 누구인가. 우리나라 “한글”을 창제한 집현전의 가장 뛰어난 학자로 유학으로는 그 학문적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출중한 위대한 사상가이다. 그런 그가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는 충절(忠節)로 온 몸이 찢기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 죽음 이후 여러 우여곡절 끝에 찾아낸 “성삼문의 요여”가 지금 공주시 중동 소재 “충남역사박물관”에 안착되기까지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 중 한 사람이 바로 “기호학파”의 중심인물이었던 “우암 송시열”이다.

어찌되었든 나는 위대한 사상가이자 학자인 “성삼문”의 흔적들을 따라 공주에서 홍성으로 세종으로 논산으로 부지런히 쫓아 다녔다.

그러던 중 하필이면 첫 눈이 펄펄 내리는 날, 잣나무가 즐비하게 늘어 선 성삼문의 묘소를 혼자 걷는 행운(?)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평소 너무도 좋아하는 논어의 자한편이 떠올려지는 풍경을 만나 “성삼문과 잣나무 이야기”라는 스토리텔링을 창작하게 되었다.

<첫 눈 내리는 날, 성삼문 묘소 모습 및 묘소로 가는 길에 즐비하게 서 있는 잣나무 풍경>

<성삼문과 잣나무 이야기_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양촌리>


안녕하세요? “충남역사박물관 성삼문 요여” 앞을 방문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지금 보고 계신 성삼문 요여의 주인공 -성삼문입니다. 이번에 여러분에게 들려 드릴 이야기는 “성삼문 잣나무 이야기”입니다.

왜, 하필이면 제 무덤으로 가는 길에는 잣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을까요. 아마도 제 유학자적인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평소 공부하는 것을 즐겨했던 저는 논어를 소리 내어 큰 소리로 자주 읽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자한편(子罕篇)에 나오는 “歲寒然後知松栢之後凋也(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 : 날씨가 추어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뒤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수 있다.)”라는 구절을 참으로 좋아했습니다. 이는 어떤 역경에 처하여도 지조와 절의를 굽히지 않는 군자의 모습을 바로 소나무와 잣나무에 빗대어 말한 것인데요.

지금 제 무덤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추운 겨울이 되어 흰 눈이 펄펄 휘날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푸르게 잣나무들이 굳건한 자태로 꼿꼿하게 서 있네요. 여러분도 잣나무처럼 어떤 역경도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는 멋진 군자의 모습으로 살아 나가기를 제가 열심히 응원할게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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