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11시는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천도교 중앙총부에서 주최하고, 대전 충청지역 천도교인들이 모여 동학혁명탑이 있는 우금티에서 제122주기 위령식을 갖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는 ‘빼빼로데이’니 ‘가래떡데이’니 하지만, 이 날을 우리 민족과 역사의 가장 중요한 날로 기억하는 이는 별로 많지 않아 보입니다.

동학교도들과 농민군들이 12개조문의 폐정개혁안을 들고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자는 기치아래 삼남에서 모여들어 서울로 향하던 차에 우금티에서 관군과 왜군들에게 패퇴되어 십여만명의 목숨을 잃고, 끝내는 퇴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역사의 격전장입니다.

그날을 기리기 위해 11월 11일 11시에는 동학교도들과 농민군들을 추모하는 위령식이매년 열려 왔던바 올해는 평소와 다르게 충남도지사가 추모사를 보내오고, 공주시장이 추모사를 준비해 유병덕부시장이 대독하는 등 전에 없었던 관의 협조가 있었던 날입니다.

오늘 추모사와 향 한 자루 사워 올림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사건 중에 하나가 될 것입니다. 그동안 민과 관의 대치로 인한 살육과, 외세의 개입으로 인한 조선의 패망에 이르는 과정과, 73년도에 우금티 혁명탑이 세워진 이후로 천도교인들의 독자적인 위령식과, 농민 등 민간인들로 구성된 우금티기념 사업회원들이 추모와 위령의 행사를 하여 왔었고, 원효사에서도 불가식으로 영산재를 봉행하여 왔지만, 올해는 그렇게 적이 되어 대치했던 민과 관이 한자리에서 구원을 잊고 두 손을 잡은 채 새로운 미래와 앞날을 그리기 시작한 날로써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충남도와 공주시가 협력하여 우금티 주변을 대략 20여만평을 확보하고, 동학 농민전쟁에 대한 의의와 역사를 알리는 사적공원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니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리기만 할 뿐 큰 그림은 얼추 그려졌다고 보아도 될 것입니다.

한 시간여가 넘는 행사장에서의 느낌은 부정부패와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로 얼룩지고, 열강들의 각축장으로 전락한 조선 말기의 상황 아래 동학혁명군이 제시한 12개조의 개혁안이 120여 년 전에 받아들여지고, 변화의 기미를 내부에서부터 시작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질 만큼 당시 정황으로서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내용들입니다.

동학이 우금티에서 패퇴하지 않고, 한양까지 올라가 주장하는 바를 관철시켰더라면 일본에 의한 강제 합병도 막아 냈을지 모르고, 서구유럽의 선진문물을 받아 들여서 안팎으로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했을 수도 있는 그런 내용들이 여러 개 보입니다.

12가지를 적어 봅니다.
▲동학도는 정부와의 원한을 씻고 서정에 협력한다.
▲탐관오리는 죄상을 조사하여 엄징한다.
▲횡포한 부호를 엄징한다.
▲불량한 유림과 양반의 무리를 징벌한다.
▲노비문서를 소각한다.
▲7종의 천인차별을 개선하고 백정이 쓰는 평량갓을 없앤다.
▲청상과부의 개가를 허용한다.
▲무명의 잡세는 일체 폐지한다.
▲관리의 채용에는 지벌을 타파하고 인재를 등용한다.
▲왜와 통하는 자는 엄징한다.
▲공사채를 물론하고 기왕의 것은 무효로 한다.
▲토지는 평균하여 분작한다 등의 내용인데 참으로 백 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 같은 정신으로 나라가 돌아간다면 오늘날과 같은 혼란은 없을 것이라 생각할 정도로 진취적이면서도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모든 국민과 국가가 이로울 수 있는 조항들입니다.

동학의 피 흘린 역사가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이만큼이라도 살게 되었다 스스로 위안을 삼으면서도 세계 3대 민중혁명 가운데 하나인 동학혁명에 대한 평가가 너무나 낮게 평가되고, 그 얼과 정신을 기리는 일은 아주 일부에서만 행해지니 이 또한 우리 공주가 품은 우금티의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살려서 공주와 나라를 살리고, 세계의 평화를 이뤄야 하는 당위가 여기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어찌 보면 120여 년 전의 조선의 상황과도 비슷해 보입니다. 사람과 생명이 하늘이요, 모두가 존중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돈과 권세가 지상 최고의 가치인양 호도되는 가운데 국민들은 분열하고 나라는 갈팡질팡 헤매고 있으니 '미국 놈 믿지 말고 일본 놈 일어나며 소련 놈에 속지라'하였던 참설의 모양과 하나도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나라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일 간에 군사협정을 체결하려 한다는 소리도 들리고, 주말에 수 십 만명 이상의 군중들이 서울로 모여 간다 합니다.

결국은 왜놈들의 한반도 진출을 허용하는 협정일터 다시 한 번 동북아의 회오리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모양입니다.

동학 12개 조항에 '왜와 통하는 자는 엄징한다'는 말 속에 얼마나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라는 섬나라 족속들에게 당해 왔었는지 일깨우는 단어이건만, 그런 협정을 추진하는 자들의 마음은 무엇일까요.?

왜가 서둘러 체결하자 하여도 조금만 참아라 기다려라 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정부 관리들이 국민들 혼란 상황을 틈타 졸속적으로 체결하려 함은 제2의 이완용 일파와도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사람이 곧 하늘이요, ‘중생이 곧 부처’라고 하는 가르침이 골수에 박힌 우리들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조국과 민족을 영원히 지켜내는 호법항마군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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