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섭 기자의 대마도 답사기

▲ 덕혜옹주의 결혼봉축기념비 앞에서 답사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부산~대마도를 2박 3일의 일정으로 다녀왔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지니지 못한 것을 동경하고, 갖고 싶어 한다. 공주에는 바다가 없다. 가장 가까운 바다로 가고자 해도 차로 1시간은 열심히 달려가야 한다. 그러니 공주사람들은 바다가 더욱 그립고, 정겹다. 나만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학교 2학년 수학여행 때 처음 바다를 만났다. 참으로 넓고, 싱그러웠다.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바다는 좋다.

작년에는 1박 2일의 일정으로 대마도를 여러 번 다녀왔다. 올해는 부산까지 넣어서 다녀왔다. 드넓은 바다를 보며 눈에 푸른색을 가득 담고,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바다의 산물들을 입에 넣는 즐거움은 육지에 사는 사람들을 혹하게 한다. 바다가 있는 도시는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대마도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현재는(?) 일본 땅이다. 도착하는 항구에 따라 다르지만, 뱃길로 한 시간, 혹은 두 시간이면 간다. 그러니 백령도와 같은 한국의 섬들보다도 훨씬 더 가까운 현재는 외국 땅이다. 우리 땅이 될 수도 있었는데 하는 그런 아쉬움이 남는….

이번 일정을 위해 사전 답사를 다녀왔다. 45명이 떠나는 답사이니 만큼 매끄럽게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중간에 쉴 곳, 식당의 메뉴, 호텔상황, 인근 명소까지의 거리까지 꼼꼼하게 체크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6일 출발을 앞두고 5일 태풍 ‘차바’가 몰려온 것. 태풍 ‘차바’는 무서운 위력으로 울산과 부산에 무력시위를 감행, 생채기를 남겼다.

다들 걱정이었다. 가도 되는 것인지, 갈 수는 있는 것인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나는 그랬다. “기도하시고, 기다려 보시지요.” 그렇다. 자연의 위력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리 많지 않다. 이 때 그동안 깐봤던 자연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다행히 6일 우리는 무사히 출발할 수 있었다. 신의 도움이었다. 만약 태풍으로 인해 답사가 취소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물론 천재지변에 의한 취소라서 배상 등의 책임은 없지만,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하는 등으로 인해 몇 가닥 남지도 않은 머리가 대거 빠져야 한다.

6일 오전 6시 우리는 부산을 향해 떠났다. 오후 5시 이후의 부산일정은 자유. 여행에 자유일정을 넣으니 여행이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삼삼오오 모여서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깡통시장 등 이곳저곳 부산의 명소를 돌아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7일 대마도로 향하는 오션플라워호에 몸을 싣고 잠을 청했다. 잠은 배 멀미를 비켜가는 슬기로운 방법 중의 하나다. 전에는 배 멀미에 몸살을 했었는데, 이젠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배웠다.

그 노하우는 이렇다. 배를 타면 잠이 오든 말든 눈을 감고 고개를 최대한 뒤로 젖힌다. 그리고 양 귀에 이어폰을 꼽고 영화를 귀로만 감상한다.

멀미는 전정기관이 계속되는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생기는 현상이니 이를 막고자 이어폰을 꼽는 것이다.

배는 더디게 갔다. 부산에서 대마도 이즈하라항까지 통상 2시간 10분이 걸리는데, 이날은 3시간이 걸렸다. 배 바닥통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누워 있었다. “낮은 데로 임하소서! 아멘.”

드디어 도착한 이즈하라항. 이즈하라 항구는 출입국 수속으로 늘 바쁘다. 입국수속을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붙은 안내문을 보니 갑자기 동공이 커진다. 입국 수속 장에 ‘입국’이라고 써야 해야 하는 것을 ‘임국’으로 써 놓은 것.

직업의식 때문일까? 제지를 당하면서도 이를 지적하고, 수정을 요구했다. 비록 외국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세계최고인 한글이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참을 수가 없었다.

이즈하라항의 입국장은 별로 내 맘에 안 든다. 나의 인상 때문일까? 갈 때마다 나는 세관원에게 불려가 가방을 다 열어 내용물을 보여줘야 했다.

작년에는 가방 안에 있는 책 때문에 일본인 세관원의 못마땅한 얼굴도 접해야 했다. 책의 제목은 ‘대마도에 남아 있는 한국의 문화재’였다.

여행은 날씨, 동행자, 가이드 등 여러 가지가 잘 맞아야 즐겁다. 이날 우리를 이끈 김대정 가이드는 볼수록 맘에 드는 가이드다. 그래서 사전에 지정요청을 했다.

실력에 바탕을 둔 해설과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자 하는 열정, 연기를 하듯 톤을 바꿔가면서 가이드를 해주는 김대정 가이드에게 우리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덕혜옹주결혼봉축기념비에서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이상희 시 낭송가가 그의 한을 달래주는 시를 낭송하자 슬픔은 더욱 비처럼 몰려왔다.

나라든, 개인이든 힘이 없으면 수모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그런 수모를 겪지 않으려면 스스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요즈음 북핵문제, 사드배치를 둘러 싼 모양새를 볼 때 망국하지만 않았을 뿐, 상황은 구한말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기만 하다.

한반도를 놓고 주변 강대국들이 으르렁대고 있는데, 정치권은 자기들의 이권에 혈안이 되어 이전투구 벌이고 있다. 그들은 역사책도 읽지 않는다는 말인가.

일본은 독도를 자기 내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찔러 보는 것이다. 세뇌는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해 세뇌하는 거짓말을 진실로 믿게 만든다.

일본이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독도를 자기 내 땅이라고 우기는데, 대마도는 어떤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대마도 속에 남아 있는 조상들의 역사를 짚어보고, 독도문제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생각해 봐야 하는 곳이다.

대마도에서의 1박 2일 여행은 짧지만, 알차게 진행된다. 여행 초보자는 볼거리관광에 초점을, 여행 고수는 역사, 문화, 경제, 정치 등 여행지의 이면에 있는 것들에 초점을 두고 여행지를 탐색한다.

대마도는 결코 겉에 드러난 자연만 보고 올 곳은 아니다. 대마도에는 청자, 백자, 불상, 교지, 동경, 토기, 철기, 범종, 경전, 불화 등 너무 많은 한국문화재가 남아 있다. 뿐만이 아니다. 임진왜란, 러일전쟁, 구한말의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저렴하게 일본을 느낄 수 있는 섬 대마도. 그 섬 안에는 한국문화재가 살고 있다. (관련기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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